‘소음’에 발목 잡힌 이시아폴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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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구시 봉무동의 신도시인 이시아폴리스 건설 현장. 대구시가 마련한 이 지역의 항공기 소음 감소 대책이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맞추지 못해 착공이 늦어지면서 현장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의 미래를 담은 신도시 1호’.

대구시 봉무동 팔공로 옆에 길게 펼쳐진 높이 5m짜리 철제 안전펜스에 적혀 있는 글귀다. 신도시의 조감도도 곳곳에 실려 있다. 왕복 8차로의 팔공로와 조화를 이뤄 신도시 건설 현장임을 짐작케 한다.

펜스 안은 바깥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공사장 입구 문화재 시굴조사가 끝난 수천㎡는 정지작업이 돼 있었다. 하지만 광활한 벌판엔 잡초가 무성하고,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대구시가 추진중인 신도시 ‘이시아폴리스’의 조성사업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이달 중순 착공식은 미뤄졌다. 공군부대 주변인 탓에 항공기 소음이 심하지만 이를 줄일 대책이 미흡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시아폴리스는 봉무동 117만6900㎡에 2011년까지 조성되는 신도시로 패션 전문상가와 의류·패션업체 입주 산업단지, 3737가구의 아파트, 테마파크, 외국인학교와 섬유패션대학 등이 들어선다. 이시아폴리스는 이스트(east)와 아시아(Asia)를 합친 말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도시란 뜻이다.

이시아폴리스 조감도 [대구시 제공]

◆‘소음’에 발목 잡힌 신도시=“뚜렷한 방음대책 없이 아파트를 지으면 지속적인 민원 제기가 예상된다. 주거용지를 재조정하라. 소음 저감 대책을 추가로 마련하라.” 대구지방환경청이 봉무신도시에 대해 대구시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한 뒤 내놓은 결과다.

이는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시는 당시 이곳에 4052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청은 항공기 소음이 심한 곳에 뚜렷한 방지 대책 없이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서는 안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두 차례나 환경영향평가에서 통과하지 못하자 대구시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공군기지 주변에 신도시를 만들면서 소음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않았으냐는 것이다.

◆전투기 항로 옮기기로=시는 대구환경청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 공군부대와 협의해 신도시 바로 위를 지나는 전투기의 항로 하나를 북서쪽으로 옮기기로 했고, 신도시가 완공될 무렵엔 큰 소음을 냈던 전투기 기종이 모두 교체돼 환경영향평가 규정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희송 대구시 산업입지조성 담당은 “대구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에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 땅값 보상금 등 투자액의 이자만 하루 수천만 원을 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영창 대구환경청 평가팀장은 “시가 제출한 평가협의 자료에는 전투기 항로 변경이나 전투기 기종 교체를 증명할 근거가 없었다”며 “완공 후 수천 가구 주민이 소음 피해를 보지 않도록 좀더 철저하게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구시는 다음달 말쯤 대구환경청에 다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신청하기로 했다.

홍권삼 기자

시 · 민간업체 1조3000억 출자
교육 · 주거 · 위락시설 등 갖춰

 이시아폴리스는 대구시가 민간사업자와 개발하는 첫 복합 신도시다. 교육, 주거, 위락, 패션제품 생산·판매 등의 시설이 배치된 계획도시로, 조성 사업비는 1조3000억원이다. 포스코건설을 주간사로 9개 기업체가 80%를, 대구시가 20%를 출자해 만든 ㈜이시아폴리스가 사업을 맡았다. 이는 1998년 ‘패션·어패럴밸리’로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의 섬유산업 진흥 방안인 ‘밀라노 프로젝트’의 한 사업이었다. 대구공항과 경부·구마·대구-포항 고속도로가 가깝다는 이유로 봉무동이 선정됐다.

시는 99년부터 2001년까지 국비 700억원을 지원받아 이곳 도로를 넓히고 일부 토지를 매입했다. 애초 패션·봉제단지를 많이 배치하고 520가구의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없다며 국내 대기업들이 외면해 지난 4월 4052가구로 늘렸으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자 7월 다시 3737가구로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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