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일단 만족”/청와대 영수회담을 보는 정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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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좋은 분위기속 원만한 의견접근”/청와대/“합의사항 지켜질지 두고 보겠다”/민주당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 민주당 대표의 28일 청와대 영수회담은 일단 원만하게 끝났다.
양측 모두 흡족해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두사람이 「화기애애」한 가운데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었으며 여야가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큰 정치를 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반기고 있다. 안보문제에 관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며 이날 회담을 높이 평가하는 중이다.
민주당측도 『앞으로 합의사항 준수를 지켜보겠다』는 단서를 달고는 있으나 만족하는 표정이다. 지난 3월11일 회담결과에 격분,강공으로 치닫던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대처럼 일이 잘 풀려 나갈지는 별개의 문제다.
○…김 대통령과 이 대표는 청와대 본관 백악관실에서 영수회담에 앞서 날씨·부모살해사건 등을 화제로 잠시 환담을 나눈뒤 배석자들을 물리치고 단독 오찬회동에 들어갔다.
김 대통령은 『세상에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인륜이 이렇게 사라져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다니 동방예의지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비통해 했습니다』고 개탄했고 이에 이 대표도 『교육제도가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 같습니다』라고 동의.
김 대통령이 『아마 이번 사건은 나부터 그랬지만 국민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기초교육에 도덕 인륜을 하나의 과목으로 넣어 어릴 때부터 부모를 소중히 생각하고 어떻게 세상에 태어났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고 응답.
청와대측은 이날 오찬 테이블을 겸한 회담 원탁의 의자배치를 김 대통령과 이 대표가 서로 마주보게 할 경우 TV나 사진촬영에 좋지 않은 점 때문에 일부러 이 대표자리를 김 대통령 가까이로 옮겨 두사람이 엇비슷하게 옆으로 보며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배려.
○…2시간35분간의 장시간 회담을 마친 김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아주 밝은 얼굴로 회담장을 나서 원만한 만남이 이루어졌음을 대변.
이 대표를 환한 표정으로 배웅하고 난 김 대통령은 곧바로 주돈식대변인을 불러 회담결과를 설명하면서 화기애애하고 격의없는 자리였다고 강조. 김 대통령은 이 대표가 제기한 국정현안에 대해서도 진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며 UR 비준안 국회처리문제외에는 원만한 합의내지 의견접근이 이루어졌다고 설명. 김 대통령은 이날 회담도중 이 대표가 제기한 문제들을 꼼꼼히 적어 주 대변인에게 전했는데 주 대변인은 지난 3월 영수회담이 정국을 악화시킨게 「김 대통령의 이 대표에 대한 반말」 시비 등 예우문제라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일일이 경어를 사용.
○…이기택대표는 오후 4시쯤 당사에서 회담보고회를 갖고 『김영삼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을 좀더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자신이 고자세로 일관했음을 강조하려는듯한 인상.
이 대표는 이어 『상무대사건에 대한 김 대통령의 협조지시건도 국회에서 조사가 진행중인 점을 들어 합의를 해주지 않으려 하기에 내가 「그러시면 안된다. 국회에서 조사가 진행중이어도 진전이 있어야지­」라고 강력히 요구해 합의문에 들어가게 됐다』고 부연.<김현일·김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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