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野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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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동안 정치권에서 「野合」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직역하면 「들에서 합친다」는 뜻이다.들은 거칠고 황량하므로 「野」로 이루어진 단어를 보면 좋은 뜻을 가진 것이 많지 않다.
野慾.野蠻.野卑.野俗.野獸.野心.野談 등등….물론 「野合」도 그렇다.재미있는 것은「野合」이라는 말이 孔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그것을 최초로 주장한 이는 司馬遷이었다.그는 『史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孔子의 부모가 야합하여 공자를 낳았다.』사마천만큼 공자를 추앙했던 학자도 드물다.그렇다면 그가 공자를 두고「野合」의 소생이라고 한 까닭은 무엇일까.
공자의 외조부에게는 딸 셋이 있었는데 처음 叔梁紇(숙량흘)과의 혼사를 꺼내자 위로 두 딸은 나이 차이 때문에 기겁했다고 한다.마음씨 착한 셋째딸 顔徵在만이 아버지의 뜻을 좇아 결혼하여 공자를 낳았다는 것이다.그것도 세번째 부인으로 .
그러나 당시 숙량흘의 나이는 이미 예순을 훨씬 넘기고 있었다.두 사람은 50살이 넘는 나이 차이 때문에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同居부터 했다고 한다.野合은「예의에 어긋하는(野)결합(合)」이라는 뜻이다.그렇다면 공자는 私生兒인 셈이다 .野合이 어떤 경우로 해석되든 공자의 출생은 그다지 떳떳하지 않았음을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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