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자유는 영원한 면죄부인가-佛문학계도 소설성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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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작가는 자신의 私生活을 소설로 포장해 있는 그대로 남김없이 쏟아내도 무방한 것인가.그로 인해 설령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된다 하더라도 작가는 작가라는 이유로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인가.더구나 그것이 소설로 보기 힘든 내면적 독백에 불과할 경우에도「창작의 자유」라는 면죄부는 작가에게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놓고 프랑스 문학계가 한창 논쟁에 휘말려 있다. 세르즈 두브로프스키의 최신작,『삶,그 이후』(L'APRESVIVRE)출간을 계기로 불붙고 있는 프랑스 문학계의 이번 논쟁은 작가가 소설이라는 양식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의 한계를 둘러싼 윤리성 논쟁이자 소설성 논쟁이다.
프랑스 문단에서 비평과 소설 두 영역에 걸쳐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두브로프스키는 자신이 겪은 실제 이야기를 소설로 담아내는 이른바 私소설(autofiction)의 대표적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처녀작인『分散』(1968)에서부터 엿 보이기 시작한 그의 사소설적 경향은『아들』(1976),『自愛』(1982)를 거쳐『부서진 책』(1989)에 이르면서 확고한 경향으로 자리잡는다.
그는 이번에 펴낸『삶,그 이후』라는 소설에서 자신의 젊은 부인에 얽힌 비극적 일화를 다루고 있다.이 소설은 부인이 스스로목숨을 끊게 된 구체적 상황과 그 이후 자신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기존 작품에서 여자관계를 포함한 자신의 사생활을숨김없이 토로한 것이 부인의 자살과 일정한 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이 작품의 솔직성은 충격적이다.사랑하는 부인을 잃은 회한 속에서도 섹스파트너를 찾기 위해 신문에 광고까지 냈다는 대목에 이르면 이건 소설이 아니라 죽은 자에 대한 윤리적모독이라는 느낌마저 갖게 된다.
국내에서 일고 있는 崔仁勳작 『화두』의 소설성 논쟁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문학계의 이번 논쟁은 장르 선택의 문제로 지적되고있다.『소설이라는 형식 대신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택해 자신의 속내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면 그 내용이 어 떻든 작가적 윤리성이나 소설성이 하등 문제될 게 없다』고 소설가 프랑수아 누리시에는 말한다.
프랑수아즈 사강이나 로제 페이레피트같은 소설가는『작가는 무엇이든 말 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이 문제가 되고 안되고는 작가 개인의 역량과 상황에 달린 문제』라며 윤리성이나 소설성의 잣대를 작가에게 들이대는 일 자체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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