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코네 “지금도 매일 아침 두 시간 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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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 엔니오 모리코네(79·사진)가 다음달 2, 3일 이틀간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1961년부터 40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만들어온 그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황야의 무법자’ ‘미션’ ‘시네마 천국’ ‘언터처블’ ‘러브 어페어’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작곡했다. 이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선율로 한국에도 팬들이 많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 100인조 합창단과 함께 지휘자로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보인다. 공연에 앞서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수많은 명곡을 만들었지만 아카데미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뒤늦게 공로상을 받았는데, 서운하지 않은가.

 “상을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들지는 않는다. 이번 수상도 기대하지 않았다. 다섯번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것만도 행운 아닌가. 지금껏 영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상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다.”

 -요즘 영화음악에 대해 아쉬운 점은.

 “나는 내 작품을 직접 지휘해 녹음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할리우드 영화음악 작곡가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몇 안된다. 그게 아쉽다.”

 -늘 새로운 음향을 가미해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평가다.

 “아방가르드와 실험적인 음악에 대한 신념을 갖고 지난 50년간 수도 없이 다양한 작곡법을 시도해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감대를 찾는 작업이다.”

 -작업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나.

 “영화 스크립트를 읽으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영감은 영화 자체나 내 개인적 사랑 또는 음악에 대한 열정에서 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그리고 세상을 떠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특히 마음이 통했다고 들었다.

 “그들은 친구인 동시에 내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감독들이다. 특히 세르지오는 내 영화음악을 영화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내 음악이 중간에 잘리지 않도록 영화 장면을 여러번 반복해 편집하기도 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지만, 한번도 대답한 적은 없다.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덜 성공했지만, 영화와 가장 잘 맞았던 아름다운 음악들이 마음에 더 와 닿는다.”

 -고령이어서 작업하는 데 힘이 부치지 않는가.

 “지금도 매일 아침 한두시간씩 작곡을 한다. 매일 밤 잠들며 다음날 또 작곡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만, 결국 다음날 일어나면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영화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가.

 “체스 챔피언이 됐을 것 같다.(웃음) 사실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우연하게 영화음악을 시작했지만,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영화음악은 영화를 완성시켜주는, 그리고 감동을 배가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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