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최고 미드 영예는 ‘소프라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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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7년 에미상 최우수 드라마 작품상 수상작인 ‘소프라노스’의 출연진이 수상을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소프라노스의 한 장면.

 드라마 ‘소프라노스’가 올해 ‘미드’(미국 드라마)의 제왕에 올랐다.
 16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제59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케이블 영화채널 HBO의 ‘소프라노스’가 최우수 드라마 작품상을 수상했다. 작품상을 비롯해 남녀 주연상·조연상 등 총 1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던 ‘소프라노스’는 이날 또한 감독상·각본상도 받으며 ‘3관왕’을 기록했다.

 에미상은 미국 최대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시상식이다. NBC의 새 시트콤 ‘30 록’은 최우수 코미디 시리즈상을 받았다.

 ◆‘소프라노스’ 최고 미드로 등극=‘소프라노스’는 국내 시청자에게 다소 생소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케이블 위성채널 ‘SBS 드라마 플러스’에서 올 초 방송을 시작해 현재 시즌 2가 방영 중이고, 유료 위성채널 스카이 HD에서는 시즌 5와 시즌 6가 방송된 바 있다. 젊은 미드 팬들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나 인터넷 다운로드 등을 통해 제법 알려진 작품이다.

 ‘소프라노스’는 1999년 시작해 올해 마지막 6번째 시즌이 방영됐다. 종영된 드라마가 최우수 드라마 작품상을 받은 것은 77년 미국 공영방송 PBS의 ‘업스테어스, 다운스테어스’ 이후 30년 만의 일이다.

 ‘소프라노스’는 미국의 소도시에 둥지를 튼 이탈리아 마피아 중간 보스인 토니 소프라노(제임스 겐돌피니)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과 조직·친구들의 삶을 다룬 블랙코미디다. 조직에서는 부패한 악당이지만 이웃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으로 통하는 주인공이 마피아와 가정을 둘러싸고 겪는 심리적 갈등을 그렸다.

 ‘TV드라마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매 시즌 1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 모으면서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를 능가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종회에선 갑자기 정전이라도 된 듯 소리가 끊기고 검은 화면이 5초 이상 지속되는 장면으로 시청자를 놀래기도 했다.

 ◆연기부문은 ABC가 싹쓸이=KBS·채널 CGV 등을 통해 방영돼 국내에서도 인기몰이를 하는 의학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는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손꼽혔지만 지난해 액션스릴러 ‘24’에 작품상을 내준 데 이어 올해에도 수상에 실패했다. 대신 조연상(캐서린 헤이글)을 가져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연기상은 ABC의 몫이었다. ‘소프라노스’의 주인공 제임스 겐돌피니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보스턴 리걸’의 제임스 스페이더는 “내가 마피아 조직의 돈다발을 훔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여우주연상은 아들을 이라크전에 떠나 보내는 어머니를 열연한 ‘브러더스 앤 시스터스’의 샐리 필드에게 돌아갔다.

올해 에미상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제임스 스페이더, 여우주연상 샐리 필드,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아메리카페레라(왼쪽부터)가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도 ‘어글리 베티’에서 열연을 펼친 아메리카 페레라가 차지했다. 드라마 부문 조연상은 ‘로스트’의 테리 오퀸에게 돌아갔다. ABC는 8개의 개인 연기 부문 가운데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은 ‘엑스트라’의 리키 거배스가 받았다. 조연상은 ‘앙투라지’(HBO)의 제레미 피븐, ‘내 이름은 얼’(NBC)의 제이미 프레슬리가 받았다.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는 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상 후보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에도 수상하지 못했다.

 ◆HBO, 최다 수상 방송사 수성=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는 지상파인 ABC와 유료 케이블 채널 HBO의 드라마가 각축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작품상을 수상한 ‘소프라노스’를 비롯, 21개 부문을 받은 HBO가 19개 부문에서 수상한 ABC를 눌렀다. 지난해보다 5개 줄어든 성적이긴 하지만 2001, 2002년 NBC와 동수를 기록한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에미상 시상식은 케이블 채널 캐치온에서 17일 오후 10시부터 중계됐다.

이경희 기자

 ◆에미상(The Emmy Award)=1949년 시작된 미국 텔레비전 최고의 상이다. 흔히 방송계의 오스카(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가 해마다 부문별 우수 작품·연기자 등을 선정, 시상한다. ‘에미’는 초창기 텔레비전 카메라에 사용된 오르시콘 튜브(카메라에 들어온 빛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전자부품)의 애칭인 ‘이미(immy)’를 여성화한 이름이다. 날개 달린 여성(예술의 여신 뮤즈)이 원자(전자)를 들고 있는 형태의 트로피는 텔레비전 엔지니어인 루이스 맥머너스가 자기 아내를 모델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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