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검찰 출두 … 신정아 미국서 귀국 … 입맞춘 듯 같은 날 조사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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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씨가 16일 오후 5시쯤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左). 신씨는 곧바로 서울 서부지검으로 옮겨져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후 2시께 출두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조사를 받고 17일 새벽 귀가하고 있다(右). [사진=오종택·박종근 기자]

미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가 16일 귀국해 서부지검 청사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같은 건물에서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후 17일 새벽 귀가했다. 신씨는 체포영장을 소지한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연행됐다. 7월 16일 뉴욕으로 떠난 지 두 달 만이다. 이에 앞서 신씨는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신씨의 변호인인 박종록 변호사는 일본에서 그녀를 만나고 이날 귀국한 직후 "신씨는 시간을 오래 끌수록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어 하루빨리 진실을 밝히고 싶어 검찰 출두를 결심했다. 나도 빠른 귀국을 권유했다. 4~5일 전 본인이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신씨가) 변 전 실장과의 관계에 대해 뭐라고 언급했느냐는 질문에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변 전 실장이 도와줬으면 그 정도밖에 안 됐겠나"라고 반문했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신씨가 더 이상 숨길 것도, 잃을 것도 없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귀국한 만큼 그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시한폭탄'이 터지거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귀국을 전후한 신씨의 언행을 짚어 보면 이럴 가능성은 작다.

신씨는 일본에서 박 변호사를 만나 출두에 대비했다. 박 변호사는 변 전 실장의 변호사인 김영진 변호사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며 사무실도 같은 건물, 같은 층에 나란히 있다. 그래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기획 출두의 분위기가 감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씨는 9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청와대 여비서관들과는 알고 지냈지만 청와대나 봉하 마을(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에 그림을 넣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배경에 변 전 실장을 뛰어넘는 권력 핵심이 있을 것이라는 항간의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진화 차원의 귀국이라는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신씨에 대한 검찰의 핵심 수사 대상은 '윗선'의 존재 여부, 변 전 실장과의 관계, 학력 위조와 동국대 교수 임용, 누드 사진의 진위로 압축된다.

다음은 신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신씨와 언론의 일문일답. 검찰 수사는 이 내용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윗선'의 존재

-청와대 관련설까지 돈다.

"난 정치는 모른다. 청와대 여비서관들과 알고 지냈다. 청와대는 L여비서관이 한번 구경오라고 해서 간 게 전부다. (※본지 확인 결과 신씨가 언급한 L씨는 비서관이 아니라 5급 직원임) 난 노 대통령이나 권양숙 여사를 본 적도 없다. 평범한 35세 여교수가 무슨 청와대에 그림을 넣나."

(중앙일보 인터뷰)

◆변 전 실장과의 관계

-변 실장과의 관계는.

"(변 실장) 정도가 권력 배후면 난 수도 없이 많다."(중앙일보 인터뷰)

-9월 10일 검찰이 변 전 실장과 '부적절한 관계'라고 밝혔다.

"섹스 스캔들로 몰고 가려 하는데, 절대 아니다. 동거라니, 말도 안 된다."

-(변 전 실장과의) e-메일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었나.

"전시 이야기, 안부 인사. 진짜 연인 사이라면 e-메일 주고받지도 않았을 거다. 더 조심하겠지."(시사IN 인터뷰)

◆학력 위조.동국대 교수 임용

-지금 인터뷰에서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은.

"예일대 박사과정에 입학해 학교 다니고 졸업했다는 것. 졸업 가운도 가지고 있다."(시사IN 인터뷰)

-동국대 교수로 채용될 때 권력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5년 9월 1일 임명장 받고 언짢은 얘기가 들려 곧바로 이틀 만에 그만둔 사람이다. 무슨 얼어 죽을 외압, 외압 있었으면 서울대 안 가고 동국대 갔나."(중앙일보 인터뷰, ※신씨는 서울대.중앙대.동국대에서 교수 제의를 받았다고 시사IN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누드 사진

-누드 사진이 실렸다. 어떻게 된 것인가.

"(사진과 기사를 실은) 문화일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누드 사진이라고는 찍은 적이 없다. 합성이 분명한데, 내가 죽은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시사IN 인터뷰)

신씨를 둘러싼 숱한 의혹은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권근영 기자
사진=오종택·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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