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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는 변씨와 관계, 학력 위조 모두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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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8일 뉴욕에서 ‘시사IN’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씨는 이 사진의 복장과 같은 베이지색 점퍼와 감색 셔츠, 청바지 차림으로 16일 귀국했다. 출국 당시와 달리 머리 모양은 짧게 바뀌었다. [시사IN 제공]

16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체포된 신정아(35)씨는 서울 서부지검에서 밤늦도록 조사를 받았다. 신씨는 이날 오후 6시38분 서부지검에 도착한 뒤 담당 검사 방에서 중국요리(류산슬 덮밥)로 저녁을 먹고 오후 8시22분부터 8층 영상조사실로 옮겨 피의자 신문에 응했다.

검찰 관계자는 "위조된 예일대 학위증으로 동국대 교수에 임용되고, 광주비엔날레에서 예술감독에 선임된 혐의로 이르면 17일, 늦어도 18일에는 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며 "신씨에게는 업무방해와 문서위조.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동국대 교수 임용 과정을 문제 삼아 신씨의 신병을 일단 확보한 뒤 그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신씨에게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영향력을 업고 기업 후원을 유치하고, 신용불량자 상태에서 증권계좌에 수억원을 예치.운용하고 있는 점 등의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신씨는 변 전 실장과의 관계와 학력 위조 등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 전 실장도 이날 오후 2시쯤 모범택시를 타고 서부지검에 자진 출두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대꾸를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청사로 들어갔다. 변 전 실장은 5층 조사실에서 문찬석 형사1부 부부장 검사로부터 신문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변 전 실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조사 중"이라며 "17일 새벽 일단 귀가시킨 뒤 조만간 재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미 변 전 실장의 혐의(업무방해 등)를 입증할 자료를 상당히 확보하고 있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변 전 실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신씨의 교수 임용 과정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권력남용을 비롯한 나머지 의혹에 대해 보강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실장과 신씨의 진술이 일부 엇갈릴 경우 두 사람을 대질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신씨 조사에서 학력 사칭.위조 경위, 동국대 교원 임용(2005년), 스페인 아르코아트페어 주빈국 큐레이터 선임(2006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2007년)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신씨는 여전히 학력위조 및 은폐 경위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조사한 참고인 진술을 통해 학력위조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신씨가 예술계 유력 인사로 성장하는 동안 변 전 실장 등 정.관계나 재계 유력 인사들의 비호를 받았는지,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속였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신씨가 올 7월 중순 잠시 귀국했다 미국으로 도피하는 과정에 어떤 인물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변 전 실장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고위 관료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신씨 활동 과정과 학력위조 사건 은폐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신씨의 교수 임용과 관련, 검찰은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등 핵심 참고인들에게서 "(동국대 교수와 광주비엔날레 감독 임용 과정에) 변 전 실장의 추천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놓은 상태다.

변 전 실장이 연루된 신씨 비호.외압.청탁 의혹에는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신씨가 일하던 성곡미술관에 다수 대기업이 거액을 후원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제3자 뇌물제공'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 일부 정부 부처의 미술품 구매 자료와 담당 공무원들의 진술을 통해 변 전 실장의 개입 혐의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련의 조사를 통해 변 전 실장과 신씨가 맺어 온 '부적절한 관계'의 구체적인 성격과 금전적 지원 여부도 자연스럽게 규명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권호.한은화 기자

◆체포영장=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의 영장.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안에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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