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장소'서 열어 본 변양균 P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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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컴퓨터 수록 데이터 중 특히 보안이 필요한 정책 자료는 제외하고 e-메일 등 개인 자료를 복사해 수사에 활용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컴퓨터 분석이 청와대나 검찰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지는 것에 대해 "검찰이 압수하는 형식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검찰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컴퓨터를 넘겨주는 것인 만큼 제3의 장소를 택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 내부 메일 시스템이 일반 포털 사이트의 상용 메일에 접근할 수 없는 체제인 데다 외부 메일은 별도의 서버를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흔적이 남는다"며 "사적인 내용의 메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서부지검은 대검 디지털수사팀과 함께 넘겨받은 자료의 복구와 분석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그동안 변 전 실장의 컴퓨터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컴퓨터는 당초 11일 검찰이 청구했던 변 전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변 전 실장의 자택과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면서 변 전 실장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물로 떠올랐다. 이 컴퓨터엔 신정아씨 사건의 핵심인 외압과 청탁.로비에 대한 주요한 내용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변 전 실장이 집무시간 중에 신씨와 관련된 e-메일을 보냈을 경우 집무실 컴퓨터에 저장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 정책실장이 되면서 새로 청와대 컴퓨터를 받고, 여기에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2005년 1월~) 사용하던 컴퓨터의 자료를 복사해 담았다고 한다. 신씨는 2005년 9월 동국대 교수로 임용됐으므로 예산처 장관 시절의 e-메일 내용은 수사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다. 검찰은 최고 권부인 청와대에 대한 조사방법을 놓고 그동안 고민해 왔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었다. 수사 관계자는 "청와대도 무조건 협조에 거부할 경우 검찰 수사를 방해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 전 실장의 컴퓨터에 들어 있을 국가기밀도 문제였다. 각종 정책 현안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변 전 실장이 다루는 국가기밀은 깊고 다양하다. 청와대는 국가기밀이 수사과정에서 새어 나갈 것을 걱정했다. 검찰도 수사에 직접 관련이 없는 다양한 기밀사항을 접하는 데 부담감이 컸다.

청와대와 검찰은 조사 형식과 방법을 두고 며칠간 논의한 끝에 '제3의 장소에서 조사'라는 타협점을 찾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변 전 실장의 신씨 비호 의혹이 언론에 제기된 뒤 시간이 꽤 지난 만큼 수사에 필요한 컴퓨터 자료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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