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시장 열린다/개인연금 시판되면 새상품 수요늘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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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년 만기 국민주택 2종채권 거래급증
잠자고 있던 장기채권시장이 서서히 열리게 된다.
만기 3년짜리 회사채나 1년짜리 금융채·국채 등의 중단기 채권이 대부분인 우리 채권시장에서 만기 5년 이상 채권들이 조만간 속속 등장하고 유통도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이는 정부건 기업이건 안정적인 장기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는데다,불입기간만 10년이 넘는 장기금융상품인 개인연금이 시판되면 장기적인 투자수단으로서 장기채의 수요 또한 급증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보험 등 각 금융기관들은 줄잡아 3조∼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개인연금의 시판을 앞두고 자산운용,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만기가 3∼5년이 중심을 이루는 기존 금융상품과 달리 10년 이상인 개인연금자금을 위험없이 굴리려면 회사채 등 기존 유가증권뿐 아니라 이보다 만기가 훨씬 긴 장기상품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한 자금운용담당자는 『개인연금 시판초기 당분간은 각 금융기관이 수익률 높이기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금리가 처지는 장기채를 외면할지 모르나 실세금리가 장기적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서고 안정적인 자금운용의 필요성에 눈뜨게 되면 필연적으로 장기채에 관심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을 반영,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최장기 채권인 국민주택 2종채권(20년 만기)의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증권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주택 2종 채권의 장외 거래대금은 1천4백38억원으로 3월의 2백58억원에 비해 5.6배 수준으로 늘었다.
늘어날 장기채 수요를 겨냥해 미리 사두자는 선취매라고 금융계는 분석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움직임을 인식,국채 만기의 장기화를 서두르고 있다.
재무부는 올 하반기중 만기가 긴 대신 실세금리 움직임에 맞춰 이자를 주는 변동금리부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한편 국채 만기도 2∼3년씩 늘리기로 했다.
또 한라시멘트가 최근 국내 최초로 7년 만기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기업들도 만기 장기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회사채 발행 물량중 89% 정도는 만기 3년짜리,나머지도 모두 5년미만 짜리였다.
한편 국채의 경우 93년 발행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1년 이하 단기물이 절반인 50.2%를 차지하고 있으며 1∼10년의 중기물이 26.8%,10년 이상 장기물이 3%로 구성되어 있어 증장기물이 84%에 이르는 미국과 크게 대조했다.<민병관·이용택·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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