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맹주' 달 탐사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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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이 14일 무인 달 탐사위성인 가구야를 발사하면서 아시아에 본격적인 우주개발 경쟁 시대를 열었다. 중국과 인도가 달 탐사 위성 발사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우주 종주국 가리자"=특히 중국과 일본에선 달 탐사 경쟁을 국가적인 자존심이 걸린 사안으로 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잇따라 우주위성 발사 시도에 실패하면서 중국에 '아시아 우주 개발 종주국'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반면 중국은 2003년 아시아 최초의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에 이어 올해 달 탐사위성을 발사해 국제사회에서 우주 강대국의 지위를 확고히 할 기세다.

중국은 첫 무인 달 탐사 위성인 '창어(嫦娥) 1호'를 10월 30일 서남부 쓰촨(四川)성 시창(西昌)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발사 실황은 TV로 생중계된다. '창어 1호'는 무게 2350㎏, 태양 전지판을 펼치면 길이는 18m로, 발사 직후 지구의 타원형 궤도를 5~7바퀴 선회한 뒤 10~12일 동안 비행해 달 궤도에 진입한다.

1년 동안 달 표면에서 200㎞ 떨어진 달 궤도를 돌면서 첨단 장비를 이용해 달 표면의 3차원 사진 등 각종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 창어 1호의 활동이 마무리되면 2012년께 무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고 로봇을 이용해 관측을 할 계획이다. 2017년에는 무인 우주선을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다.

인도는 내년 3월 무인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를 달에 보낼 계획이다. 8300만 달러(약 780억원)를 들여 독자 기술로 개발한 찬드라얀 1호는 중량 525㎏으로 달 상공 100㎞ 고도의 궤도를 선회하게 된다. 인도는 찬드라얀 1호의 탐사 결과를 토대로 2020년 달에 우주인을 착륙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로켓 발사사업 민영화=일본의 이번 달 탐사 위성 프로젝트는 민간기업이 로켓 제조와 발사를 전담한 첫 사례다. 가구야를 싣고 발사된 H2A로켓 동체에는 제조사인 미쓰비시(三菱) 를 상징하는 3개의 붉은 다이아몬드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간 로켓 발사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전담해 왔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관련 업무를 민간기업에 이관, 미쓰비시중공업이 맡았다. 일본 정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02년 로켓 발사의 상업화를 결정했다. 민간에 발사업무를 위탁함으로써 경비를 줄이고 로켓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미쓰비시는 이로써 국가에서 추진하는 위성 발사 프로젝트를 맡는 것은 물론, 상업용 위성 발사 사업도 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비용이다. 미쓰비시의 로켓 발사 비용은 100억 엔(약 805억원)으로, 유럽의 아리안스페이스, 미국 시런치보다 20~30% 많다. 과학적으로 따져 위도가 높은 다네가시마에서 발사하는 미쓰비시 로켓은 적도에 가까운 남미 가이아나의 쿠루 기지에서 쏘아올리는 아리안 로켓보다 정지궤도까지 올라가는 데 더 많은 연료가 들기 때문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지적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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