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용 스크린 韓.美.日 물고 물리는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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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컴퓨터용 스크린제조부문에서 한국이 일본을 추격함에따라 민간기업에 뒷돈을 지원해서라도 일본기업을 견제하려던 미국정부의 기본 입장에 대한 수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나서지 않아도 일본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에서다.그 근거로 반도체 칩의 경우를 들고 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 경제판에 게재된 분석기사의 요약.
세계 반도체 시장의 일본 독점체제는 한국의 반도체 생산업체들에 의해 무너졌다.한국기업들이 경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치솟던 반도체 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이제 한국의 전자업체들은 반도체뿐 아니라 컴퓨터용 스크린제조산업에도 뛰어들기 시작했다.이것이 성공하면 노트북 컴퓨터 값도 떨어뜨릴 수 있다.따라서 최근 미국정부가 미국기업들을 상대로 5년간 6억달러나 지원하려던계획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이나 럭키금성등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고급 노트북 컴퓨터에 사용하는 액정화면(LCD)을 내년부터 대량생산한다고 밝혔다. 물론 초기단계에 한국기업이 생산해 내는 제품은 전체 수요에 비하면 아주 적은 양이다.그러나 반도체 메모리칩의 성공사례가 되풀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반도체 세계수요의 4분의1을 한국업체들이 공급하고 있으며,삼성은 세계최대공급 자로 올라섰으니 말이다.
한국쪽에서는 지금 LCD산업이 마치 5년전의 반도체와 흡사하다고 보고 있다.LCD 제조기술이나 공정은 반도체 칩의 경우와유사하다.더구나 LCD 구매자들은 이미 한국에서 반도체 칩을 사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도 한국측의 강점이다 .LCD를 생산하는데는 반도체산업의 발달이 중요한 인프라라는 것이다.
미국기업들은 제조기술은 충분히 있으나 대규모 공장을 짓는 것은 꺼리고 있다.그러나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LCD제조경쟁에 뛰어든다면 미국의 고민은 저절로 해결되는 셈이다.
80년후반 반도체가 꼭 이랬다.미국 컴퓨터 제조회사들은 주요부품인 반도체 칩 공급을 일본에만 의존한 나머지 바가지를 쓰는사태를 우려했었는데,다행히 한국이 나서서 해결해준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LCD산업을 유지해야 하는 당초 목적이 일본의독점횡포를 막고 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한국기업의 진출로 신속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이것은 또한 미국정부의 부담도 줄이는 방법이다.
한편 군사적인 이유를 내세워 첨단기술인 LCD산업을 미국정부가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그러나 어차피 한국기업마저 끼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윤이 떨어져 미국기업들은 더욱 이 산업에 끼어들기 싫어할 것이다.
[뉴욕= 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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