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 ‘인공 태양’ 상용화까진 산 넘어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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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핵융합로가 약 12년 만에 완공됐다. 올해는 진공이 되는지를, 내년에는 플라스마를 발생시키는 실험을 하는 등 앞으로 20년간 핵융합 실험을 하게 된다.

과학기술부는 14일 대덕연구단지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 가능성을 연구할 수 있는 핵융합로 준공식을 갖는다. 핵융합 장치 개발에 나선 지 11년8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총 투입한 예산만 309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설계에서부터 장치 제작에 이르기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과기부 이상목 기초연구국장은 “핵융합로(KSTAR) 개발 과정에서 세계 최고 성능의 초전도체 제작기술 개발 ^세계 최초 3차원 곡면형상의 진공용기 제작과 단열차폐기술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인공 태양’ 성공 여부 아무도 몰라=‘인공 태양’ 연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일본·유럽·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모두 나서서 하고 있다. 각국이 독자적으로 하는 연구 외에도 한국을 비롯한 7개국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프랑스에 설치) 건설을 2016년 완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건설비만 약 6조원이다.

 2040~2050년께에는 상용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이들의 연구 개발 목표다. 일부에서는 그때는 핵융합발전이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련 기술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발전 단가가 경쟁력을 가질 때’ 라는 가정하에 설정한 목표일 뿐이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자칫 ‘꿈의 에너지 기술’이 진짜 꿈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0년 연구에 아직 10초대 못 넘겨=태양처럼 지구에서 핵융합이 일어나게 하려면 진공 상태의 핵융합로에서 플라스마의 온도를 섭씨 1억~수억도로 올려야 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서도 그렇게 고온으로 올려 지금까지 10초대를 지속시킨 연구팀이 없는 실정이다. 상용 핵융합 발전을 하려면 1년 365일 그런 상태가 지속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핵융합로는 그런 고온 상태를 300초, 국제핵융합실험로는 500~1000초 정도 지속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플라스마를 핵융합로에 가두는 기술, 온도를 올리는 기술, 관련 재료 기술, 연료인 삼중수소 대량 생산 기술 등 함께 개발하고 실증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성공하면 인류 에너지 문제 해결=‘돈 먹는 하마’와 같은 핵융합 발전 기술을 각국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성공했을 경우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원자력 발전에서 발생하는 ’맹독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나오지 않으며, 연료도 무한히 많다. 온실 가스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핵융합=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를 지구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무거운 수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수억 도의 플라스마에 넣어 가열해 핵이 합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때 나오는 열로 전기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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