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윤이상 악보 문화재 지정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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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고 윤이상 선생 부인인 이수자 여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반갑게 인사하고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사람이 큰일을 겪으면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남편이 죽었을 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니 정말 고향에 가나 보다 하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작곡가 고(故)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80) 여사가 노무현 대통령과 만났다. 13일 딸 윤정(57)씨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한 이 여사는 “역사의 질곡 속에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역대 정권 중 누구도 명예회복을 시켜 주지 못하다가 노 대통령께서 해준 것에 감사한다”며 큰절을 올렸다.

 절을 받은 노 대통령은 “이 여사의 심경이 전달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동백림 사건이) 1967년이니까 (이 여사의 귀국은) 40년 만이다. 엊그제 같은데…”라며 “윤 선생님 생전에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여사는 “윤이상 아트센터 등의 기념관과 악보를 보존할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서울에 설립을 추진 중인 ‘윤이상 아트센터’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뒤 “베를린에 있는 윤이상기념관도 더 도울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윤이상 선생이 남긴 교향곡·오페라·협주곡 등 150여 편의 수고(手稿)와 관련, “과정을 충분히 살펴 문화재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이어 독일 유공자들을 위한 묘지에 안장돼 있는 윤이상의 유해와 관련, “이장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했지만 국가가 나서서 한국으로 옮겨 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남편이 평소 고향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묻히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생각했으며 베를린에서 눈을 감으면서는 ‘장례식에 아무도 부르지 말라’고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 여사는 94년 윤이상과 관련한 국내 행사에 초청받았으나 정부 차원의 사과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국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편지를 받고 10일 입국했다. 이 여사는 15일부터 열리는 윤이상페스티벌에 참여한 뒤 다음달 3일 출국한다.

박승희·김호정 기자
사진=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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