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 단체장 강연 내용 요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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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27일 있은 '선생님을 위한 경제와 문화체험'에서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강연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무역과 우리 경제: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

먼저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을 살펴보자. 선진국은 비행기를 띄우며 맞은 19세기를 우리나라는 달구지를 끌며 맞았다. 이후에도 우리는 산업화와 통상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무시하고 쇄국을 고집하다가 나라까지 빼앗기는 굴욕을 겪었다. 2차 세계대전 후 나라를 되찾긴 했지만 국토가 분단돼 민족상잔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결국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산업화와 수출지향 정책으로 절대빈곤을 극복할 수 있었다. 수출지향 정책이 성공하면서 세계가 놀라는 압축성장을 이루고 중진국의 선두그룹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그 성과를 보자. 2002년의 국내총생산(GDP)은 4천7백66억달러로 세계 12위에 올랐다. 이는 러시아의 GDP보다 크고,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의 GDP를 더한 것보다도 크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특히 높은 나라다. 인구밀도는 높지만 지하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석유는 1백% 밖에서 사온다. 식량도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수출용 원자재료 대부분 수입하는 실정이다. GDP 중에서 무역의존도는 65~70%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은 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의존도가 20% 아래다. 중국도 40~50% 수준이다.

결국 국민경제를 향상시키려면 폐쇄경제가 아닌 개방경제를 해야 한다. 경제적 자유와 교역은 권력을 약화시키고 시민사회의 형성을 촉진하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민주화와 진정한 시장경제의 초기단계로서 낡은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세대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개방과 외자유치로 급속히 산업화를 이루어 가는 중국은 우리에게 거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일본의 높은 기술과 중국의 값싼 임금 사이에 끼어 고사할 형편 (중국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이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패러다음 시프트(Paradigm Shift)가 시급하다.

물론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무대에 진출할 천기(天機)를 맞았다. 천혜의 지리적 요건을 갖춘데다, 우수한 자질의 인력도 있다.

이제는 부족한 것을 채우는게 과제다. 압축성장으로 체제조정 능력이 미흡하고, 개방정신.시민의식이 부족하고 믿음과 지도자와 포용력(Tolerance)을 갖추면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혁신은 교육에서 시작된다. 창의력을 존중하는 지식기반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전문지식인이 우대받는 사회, 세계시민을 키우려는 교육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기업의 현재와 미래: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근 우리경제는 '잃어버린 8년'으로 부를 수 있다. 지금 경제는 성장이냐, 침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20개 주요 선진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기간은 평균 9.2년이었다. 싱가포르가 5년, 일본이 6년, 미국이 10년, 홍콩이 6년이었다. 우리는 소득 1만불의 함정에 빠져 8년간 제자리 걸음이다.

위축된 소비와 부진한 투자, 폭증하는 신용불량자, 부진한 투자여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은 높지만 'W 자형 회복'은 어려울 것 같다.

우리 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경쟁력은 약화됐다. 임금상승률은 생산성 증가율보다 높다. 특히 제조업이 공동화됐다. 수도권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는 지난해 기준 89%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늘었다. 이러면서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청년 실업자의 수는 30만명에 육박한다. 제조업 부진이 길어지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훼손된다. 중복 규제와 후진적인 행정, 기술을 천시하는 풍조도 제조업을 부진에 빠뜨린 요인이다.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도 호의적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의 성인남녀 1천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호감도 지순느 38점(1백점 만점)에 그쳤다. 일차적인 책임은 기업에 있지만 편견이나 오해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부정적 시각이 지속된다면 기업의욕이 저하됨으로써 결국 일자리가 줄어든다.

기업경영 여건은 어떤가. 규제 및 노사문제를 보자.

먼저 규제개혁을 정부가 주도하기에는 경제규모가 복잡하고 커졌다. 실무적인 문제는 시장과 기업 스스로에게 맡기고 정부는 큰 틀에서 정책을 다루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사전규제는 사후통제로 과감히 대체하고, 기업경영은 시장감시와 기업자율 책임에 맡겨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운동장을 마련해 주고, 규칙 위반자를 색출해 퇴장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불안한 노사관계 역시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기업은 정치투쟁을 하는 곳이 아니다. 분규 건수는 지난 1997년 78건에서 지난해 3백20건으로 늘었다.

우리 기업의 미래를 보자.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신기술은 있어도 신산업은 없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은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소득이전만 있고 고용창출은 미흡한게 우리 3차 산업의 현주소다. 전통 제조업을 정보기술(IT)산업화함으로써 신산업이자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고부가가치를 내는 신기술을 접목시켜 사양산업을 첨단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내부 통제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또 대표소송제와 외국인투자자를 활용한 투자자의 경영감시역할도 제고해야 한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근로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국민의식이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산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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