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害환경에 포위된 동심-만화.노래방 어딜가도 선정물 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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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4일오후5시쯤 서울서대문구신촌동 K만화가게.
국교생 4~5명이 어두운 조명 밑에서 일본만화를 그대로 복사한「란마 1/2」시리즈를 서로 돌려 읽고 있었다.
물을 뒤집어 쓰면 남자가 여자로 변하고 이렇게 변신한 주인공의 치마를 할아버지가 들춰보기까지 하는 이 만화는 언뜻 보기에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또 이날 오후4시쯤 서울강남구압구정동 P노래방.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나왔다는 朴모씨(36.주부)는 룸안 화면에서 벌어지는 장면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半裸의 여성을 배경으로 자막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이 모두 찾는 이곳까지 버젓이 이러니 애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죠?아이들에게 노래방도 위험지대라고 말할 수 밖에….』朴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동심을 좀 먹는 유해환경은 비단 만화와 노래방에만 한정된게 아니다.어린이들이 성인보다 더 손쉽게(?)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와 CD롬 보급이 확산되면서 상당수 어린이들이 컴퓨터 앞에 살다시피 하고 있는데 선정적이고 폭력적 내용을 담은「스트립포카」「스트리트파이터」등 수많은 프로그램들이아이들의 컴퓨터에서 발견되고 있다.
YWCA에서 청소년 상담을 맡고있는 元景綠씨(29.여)는『아이들이 좋아하는 수백여종의 켬퓨터게임이 일본産 일색인데다 대부분이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심심치않게 아이들 컴퓨터에서 발견돼 이를 상담하는 부 모들의 전화가빗발치고 있다』고 밝혔다.아이들이 유해환경에 완전히 노출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정도는 극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 대책은 전무하다는 게 학부모및 시민단체관계자들의 공통된 생 각이다.
연세대 金璟姬교수(52.아동학과)는『상업주의에 물든 판매업자에게 도덕성을 기대할 단계는 지나갔으며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남의 아이라도 자신의 아이처럼 생각하고 계도하려는 어른들의 각성 이 무엇보다중요하다』고 진단했다.
〈梁聖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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