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을살리자>27.호두-씨알 충실하고 단백질 듬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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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호두는 예부터 三皮果라하여 밤.잣.은행등과 함께 과실중 으뜸으로 꼽혀왔다.
이는 지방.단백질이 듬뿍 들어있어 맛이 빼어난데다 탁월한 저장성으로 요즘같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생과일이 귀하던 시절 제수용이나 영양식등으로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호두는 이 때문에 서양에서도「神의 殼果(Nut of God)」로 불릴 정도로 대접을 받고 있는데 다양한 품종중 특히 우리의 토종호두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특성을 지닌 것으로 이름나있다. 페르시안 호두.카르파치안 호두.흑호두등 歐美種이나 일본종과 비교해 영양가는 비슷하고 껍질은 다소 두꺼우나 주름이 적고 알맹이가 충실해 仁重率(과실중 알맹이가 차지하는 무게 비율)이 최고 30~10%정도 높기 때문이다.
호두는 최근 패스트푸드등 서양의 食文化 확산과 함께 국내 수요가 날로 늘고 있는 서양의 대표적인 영양과실 아몬드보다도 지방.비타민(A.)의 함유량과 칼로리가 높아 술안주등 생식용.제과용등으로 연간 소비량이 생산량(5백t)보다 많은 8백t이나 되는 등 쓰임새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과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에서는 71년부터3년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수집.분류한 2백64가지의 토종을 바탕으로 특성 연구와 함께 우량종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당시 수집된 호두는 대부분 소백.차령.태백산맥 일대 지역에서자라던 것들로 나무 나이가 5~6년 되는 때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해 최고 1백년까지 수확할 수 있는등 적어도 80~1백년까지 경제적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
토종호두는 대부분 9월중.하순께 아람이 벌고 한개의 무게는 12~15g 정도로 속이 꽉 차면서도 알맹이가 통째로 잘 빠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농진청 원예시험장과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가 수집한 토종 가운데 나무의 자람세나 질병저항성,호두의 크기와 맛등 품질이 우수한 품종만을 골라 육성한 것은 모두 49가지.
이중 대표적 토종은 충남아산군송학면에서 선발된 鳳凰으로 달걀모양의 호두 한개 평균무게가 14.5g의 중간굵기이지만 알맹이가 8g정도로 알찬데다 껍질이 잘 깨져 가공성이 뛰어나고 고소한 맛 또한 일품이다.
봉황은 차령산맥의 주봉인 천안 광덕산을 중심으로 천안.공주.
아산.예산군일대에서 많이 재배됐는데 이때문에 오늘날 호두의 대명사로「천안호두」가 꼽히게 됐다.호두나무는 여름철 기후가 좀 냉랭하고 땅심이 좋으며 유기질이 많은 땅에서 잘 자라는데 광덕산일대의 봉황 주산지가 이같은 조건에 딱 맞아 토종 가운데 가장 품질이 뛰어나다.
천안호두의 재배 기원이 고려중엽 忠肅王3년(1315) 柳淸臣이 元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면서 호두나무를 가지고 와 광덕산부근에 심은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고 보면 봉황의 역사는 줄잡아 7백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봉황으로 대표되는 천안호두는 이같은 오랜 역사와 뛰어난 품질로 예부터 이름을 날려 일제때는 매년 생산량 1천2백가마 가운데 3분의2이상이 일본에 강제 공출됐으며 나머지는 만주의 한.
일합작 과자회사에 보내졌을 정도다.천안과 더불어 호두재배의 2대 주산지인 충북영동지방의 재래종 瑚珀의 경우 열매는 작지만 인중률이 58%이상으로 토종 가운데 가장 알찬 품종.
특히 껍질이 얇아 잘 깨지고 맛 또한 천안호두와 맞먹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러나 이 품종은 호두나무에 잘 번지는 탄저병.흰불나방등 병충해에 약해 60년대 중반이후 상대적으로 강한 상촌.봉화등의 품종으로 대체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또 전북무주지방의 특산인 北倉호두 역시 덕유산 자락의 좋은 조건으로 품질이 좋기로 이름 나 있는데 고려 禑王때 崔瑩장군이이곳에 북쪽으로 올라가는 곡물창고를 지어「북창」으로 부르면서 주위에 호두나무를 심은 것에서 비롯됐다는 전설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三國時代때 전래 북창은 개량종보다 알이 굵고 껍질이 울퉁불퉁하면서 골이 팬 것이 특징인데 개량종보다 맛이 고소하다.
특히 저장성이 좋아 여느 품종의 경우 6개월만 지나도 알맹이가마르지만 북창은 2년정도 지나도 끄떡없다.
이와 함께 경북금릉군봉산면의 재래종인 金鷄는 열매의 무게가 17.2g(알맹이 8.6g)으로 토종중 가장 크고 무거우나 껍질이 단단해 잘 깨지지 않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또 인근 지방인 금릉군지례면에서 나는 大監은 껍질이 두껍고 속주름이 많아 가공성이 떨어지는 반면 병충해에 특히 강한 특성을 갖고 있다.토종호두 가운데 열매가 가장 작은 것은 전북남원군동면에서 선발된 引月로 무게가 10.5g(알맹이 5g)밖에 되지 않으나 대신 열매가 많이 달리는 쇠호두 계통의 품종이다.
이밖에도 지역별로 富農(봉화).不老(상주).黃金(영동).含朴(거창).炭筏.佛堂(이상 경기광주).杜密(가평).柯堂(무주).
城山(남원)등의 토종이 유명하다.
호두는 오랜 재배역사 못지않게 쓰임새도 다양해 예부터 식용뿐아니라 강장제.진해거담제등 약용으로도 애용됐으며 껍질이 단단한탓에 대보름날 새벽에 날밤.잣등과 함께 부럼(嚼癤)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李晩薰.鄭泳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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