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뮤직] 한대수씨, 건강이 ‘양호’하셔야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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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수 한대수(60·사진)는 입버릇처럼 늘 ‘양호하다’는 표현을 쓴다.
 음식이 맛있을 때도 ‘맛이 양호하네’라고 말하고, 좋은 음악을 접해도 ‘음악, 참 양호하네’라고 한다. 환갑의 나이에 얻은 딸의 이름도 양호라고 지었다.

 그에게 물었다. 왜 ‘양호하다’는 표현을 쓰느냐고. “언젠가 양호하다는 말을 썼더니, 주위 사람들이 많이 웃더라고. 아, 이렇게 하면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구나. 그래서 계속 양호하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 뉴욕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보다 더 바쁘게 살지만, 절대 잃지 않는 게 있어. 유머감각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머감각이 너무 부족해. 그러니 표정도 경직되고, 사회도 경직되고…”

 그는 돈 대신 ‘화폐’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이는 경제 교과서에나 나오는 표현이지 일반인들이 잘 쓰는 단어는 아니다. “이번 앨범이 잘 팔려야 나도 화폐가 생기지. 화폐가 생겨야 다음 앨범도 내놓을 수 있는 거야.”

 그에게 돈이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고, 음악 창작을 계속하기 위한 기반에 불과하다. 그래서 돈이라는 말 대신 교환의 매개체로서의 ‘화폐’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그는 수년째 신촌의 오피스텔에서 부인 옥사나와 생활하고 있다. 양호까지 태어나 오피스텔이 좁게 느껴지지만, 그는 신촌을 떠나기 싫다고 한다. “사는 집이 뭐가 중요해. 늘 사람들이 북적대고 생기 넘치는 신촌이 좋아. 그리고 집에 미련을 두면 쉽게 떠날 수 없어.”

 ‘영원한 히피이자 자유주의자’라는 수식어는 이런 그의 세계관 때문에 붙는 것이다. 그런 세계관을 갖고 있기에 그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음악을 만들고 있다. 도올 김용옥은 그에 대해 “내가 강의하는 철학, 세계관을 한대수는 오래전부터 노래로 표현하고 있더라. 그래서 질투가 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최근 건강이 악화됐다고 한다. 심장 기능이 많이 약해져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베스트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하는 등 바쁜 일정에 육아 스트레스까지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요즘 10월 초 열리는 ‘원월드 뮤직페스티벌’의 추진위원장으로서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주위에서 수술을 권유하지만, “아직 괜찮다. 행사가 먼저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행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그의 표현대로 건강이 양호해야 화폐도 벌고, 계속 양호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 김용옥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그(한대수)를 방기해서는 안된다”고도 말했다.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와 대접을 받기 전에 그도 자신의 건강을 방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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