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주 사건을 보는 눈/황병호 한양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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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래도 공개입찰이 “무난”
한국통신 주식 입찰 파문은 일부 은행원들의 과욕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러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았더라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주식매각 방식 자체를 문제삼거나 심지어는 금융개혁의 허구성을 거론하는 사람들까지 있어 이들의 논리 비약이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
우선 정부가 공개입찰을 통해 낙찰가를 끌어올리며 「장사」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낙찰가를 올리려고만 했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도 있었다.
다 아는대로 공개경쟁 입찰방식은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순으로 물량이 다할 때까지 배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너무 높은 가격으로 응찰하면 낙찰을 받고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어­이른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것이다­낙찰가가 끝없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설령 정부가 「장사」를 했다고 치자. 그러나 그것이 돈 많은 사람들의 수요자 잉여를 거두어 재정수입을 충당하는데 쓰였다고 하면 그리 탓할 일도 아니다.
차제에 국민주나 청약예금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소득층에 낮은 가격으로 배분한다는 취지는 그럴듯 하나 수많은 계좌를 관리하는데 따른 비용이라든가 이들 물량이 일시에 매물화할 경우 빚어질 증시의 혼란도 고려해봐야 한다. 그런 혼란은 이미 한전주와 포철주에서 경험한 바다.
입찰 과열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기관들의 돈이 대부분 소액예금자나 보험가입자들의 돈일진대 개인부호들보다는 오히려 기관들의 참여를 권장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관들을 입찰에서 배제하면 유찰될 우려가 커진다. 이번 한국통신주도 내정가 이하로 유찰된 적이 있다.
결국 현 단계에서 공개경쟁입찰 만큼 효과적인 제도는 없으며 정보유출 가능성을 사전 제거하는 등 약간의 보완조치만 취하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믿는다
무슨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제도를 운용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어떤지 생각해보는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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