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늦둥이 학교 보내려니 … 학부모 스트레스 만만찮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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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고2와 초3, 8년 터울의 자매를 키우는 장경미씨가 둘째딸을 데리고 귀가하고 있다. 첫째나 둘째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늦둥이 막내의 학부모 노릇,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다른 자녀 때보다 체력도, 열의도, 시간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고2와 초3, 8년 터울의 자매를 키우는 장경미(44)씨. 큰딸이 어렸을 때만 해도 학부모 회장이나 운영위원을 맡는 등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열성 학부모였다. 하지만 터울이 많이 진 둘째 때는 학교에 발걸음을 거의 하지 못했다. 6월 둘째의 학교에서 열린 공개수업에 갔던 장씨는 미안한 마음에 엄마들에게 “학급 일을 자주 못 도와줘 미안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한 엄마가 “인영이 엄마는 아예 처음부터 청소 당번에서 뺐다. 나이가 많아 우리가 봐줬다”고 대꾸했다. 장씨는 “나도 소극적이었지만, 처음부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나를 제외시켰다는 점이 무척 서운했다”고 말했다.

 최근 늦둥이를 낳는 가정이 늘면서, 뒤늦게 다시 학부모 노릇을 시작하는 늦둥이 엄마들의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이들은 나이 차가 5∼10년 나는 젊은 엄마들과 교육관 등 여러 면에서 세대 차이를 호소한다. 또 고교나 대학입시를 앞둔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늦둥이 막내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어 자연히 학교 활동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늦둥이 엄마의 늦은 학부모 노릇,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난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고자세를 버려라
일곱 살 된 딸을 키우는 황주원(36)씨. 올 초 이사온 한 엄마(43) 때문에 짜증스럽다. 늦둥이 둘째를 둔 이 엄마는 이사오자마자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아이들 유치원과 학원 어디가 좋냐”며 탐문을 시작했다. 30대 중반이 다수인 동네 엄마들은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알려줬다. 그런데 이 엄마가 “A학원은 보내지 마라, 문제 많다” “B학원 선생이 잘 못 가르치더라”는 식으로 정보를 알려준 엄마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엄마들에게는 “그러지 말고 팀을 짜 원어민 교사한테 영어를 배우자”고도 말했다. 젊은 엄마들은 “나이 많은 엄마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리저리 설치고 다닌다”며 하나씩 둘씩 등을 돌렸다.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정보를 발빠르게 받아들이고 업데이트하는 데는 늦둥이 엄마가 젊은 엄마들을 따라잡기 힘들다.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식의 고자세는 버려야 한다. “첫째 키울 때는 이랬는데…”라며 나서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기 딱 좋다. 젊은 엄마들의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활용해야 한다. 아이 교육에 정보가 많은 엄마와 교분을 쌓거나 휴대전화·문자·e-메일 등으로 꾸준히 인맥 관리를 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되 ‘인생선배’ 노릇을
성두선(36)씨는 올 초 초등 2년생 딸의 생일을 맞아 아이 친구 몇몇에게 초대장을 돌렸다. 그런데 담임교사가 “초대장을 못 받은 아이들이 속상해하니 앞으로는 조심해 달라”는 말을 전해왔다. 성씨는 ‘내가 경솔했나’ 하는 자책감과 함께 ‘일부러 위화감을 조성하려고 한 건 아닌데’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중 아이와 같은 반인 늦둥이 아들을 둔 엄마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 늦둥이 엄마는 “나도 첫째 때 그런 경험 해봤다”며 다독여준 뒤 담임교사에게 말을 잘 해줘 오해가 풀리도록 했다.

 늦둥이 엄마는 한 차례 양육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유가 있다. 젊은 엄마들이 육아나 시댁과의 관계 등에서 문제가 생겨 난감해할 때 노하우를 제공한다면 ‘왕언니’가 아닌 ‘인생선배’로서 대접받을 수 있다. 이때도 상대를 완전히 동생 취급하는 것은 금물이다. 오지랖 넓게 굴지 말고 상담을 청할 때만 응해준다.

‘나이가 많아’ ‘몸이 안 따라’ 핑계는 곤란‘내가 이 나이에 그런 일까지…’라며 어른 대접을 받으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돈 내는 걸로 대신해야지’라는 생각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돈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학기 초 학부모 총회는 물론, 봉사활동은 빠지지 말아야 한다. 학부모 모임 임원을 맡게 될 기회가 있다면 꼭 잡아라. ‘체력이 달려서’ ‘첫째 뒷바라지가 바빠서’와 같은 핑계를 자주 대다 보면 젊은 엄마들과의 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학교 활동 후 식사나 커피 마시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는다. 알짜 정보는 여기서 오고 간다.
 

기선민 기자, 김호경 패밀리 리포터
◆도움말=김미경 미래여성연구원장, 정영순 에스더정 이미지연구소장, 홍수현 틔움상담심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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