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효부찾기 힘들다/「어버이날」 앞둔 지자체·민간단체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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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명도 추천못하는 시군 수두룩/시상규모 줄이고 폐지도/전문가 “핵가족·산업화탓”
【대구=김선왕기자】 효자·효부 찾기가 힘들다.
종전같으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효자·효부가 현격하게 줄어 5월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사회단계가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될만한 효자·효부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효행상을 주는 시상단체는 시상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우리사회가 효자·효부의 기근현상을 맞고 있는 것은 최근들어 부쩍 심화된 핵가족화·도시화·산업화 추세에 따라 노부모를 모시는 가정이 눈에 띄게 줄어든데다 특히 UR(우루과이라운드) 여파로 농촌 젊은이들의 이농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10년간 효자·효부상 선정업무를 맡아온 경북도 가정복지과 담당자인 이재용씨(47)는 『효행상 대상자는 만30세 이상으로 노부모와 동일가구에 살면서 봉양하고 이같은 효행사실이 이웃에 널리 알려진 사람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역별로 최소 2배수 이상의 대상자가 추천될 정도로 신청이 쇄도했으나 최근엔 현장검증없이 서류심사만으로 대상자를 선정할 만큼 심각한 효자·효부의 기근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의 경우 34개 시·군에서 각각 시상하는 3백40명에다 도청자체시상자 57명,청와대시상 추천 12명,그리고 각종 사회단체 추천 등을 합쳐 모두 4개 부문(효행자·장한어버이·전통모범가정·노인복지기여자)의 시상대상자가 줄잡아 5백명선에 이르나 추천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추천대상자의 자격기준을 크게 완화,추천의뢰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접수된 도시상의 부문별 신청자수는 93명에 불과해 지난해 1백20명,92년 1백40명에 비해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또 대구시는 각종 사회단체가 추천의뢰해온 효행상대상자 50명과 산하 기관에서 주관하는 70여개 효행상 시상의 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해 시상범위를 대폭 줄일 방침이다.
각 시·군을 통해 모두 2백41명의 추천을 받아놓고 있는 강원도는 전원을 포상할 방침이나 수상자의 질면에서 종전보다 못하다는게 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인천시도 64명을 신청받았으나 질이 떨어져 자격심사기준을 크게 완화해 54명을 선정해 놓고 있는 상태다.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김태영교수(65)는 『이는 핵가족화·도시화·산업화에 떼밀려 전통적인 가부장제도가 무너지는데서 오는 어쩔수 없는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전통가치관의 재조명 작업이 이뤄져야 하며 ▲사회복지 측면에서 부모봉양 가정 등에 대해 주택의 우선분양권을 주거나 ▲이밖에 「한지붕 대가족」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주택구조의 개량,보급사업과 함께 가족수당의 인상 등 세제상의 혜택이 아울러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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