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1만원짜리 혈액검사로 찾아내…'국가 암 기본검진'에 포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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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은 미국·유럽 등 서구에서는 전체 남성 암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가장 흔한 암이다. 전 미국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체리, 흑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 등 우리에게도 낯익은 인사들이 전립선암으로 고생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식생활의 서구화와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전립선암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01년 전립선암은 남성암 중 9위였지만, 2004년 이후 5위로 그 순위가 급격히 뛰어올랐다.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비뇨기종양학회가 2004년부터 블루리본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은 급증하는 전립선암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여 희생자를 줄이기 위함이다.

 학회는 올해 국내 최초로 전립선암 환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규모 선별검사를 시행했다. 1단계로 강릉·대구·전주 지역의 55세 이상 남성 4000여 명이 대상이었다.

 결과는 매우 어두웠다. 55세 이상 남성 100명 중 5명에서 전립선암이 발견된 것이다. 이는 가까운 일본(3% 미만)·중국(2% 미만)에 비해 높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편 1995년부터 2005년까지 건강보험공단의 10년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위·간·대장암을 포함한 우리나라 11대 암 중 전립선암에 의한 외래 방문일 및 외래환자 수, 입원일 및 입원환자 수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전립선암으로 인한 외래 방문일은 10년간 835.8%나 증가해 향후 국가의 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검진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80% 이상에서 완치된다. 문제는 조기 검진율이 아직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70∼80%의 조기 검진율을 보이는 유럽과 미국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안타깝게도 증상이 나타나는 말기 암에서 발견되면 3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다. 게다가 환자의 고통, 사회·경제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위암·대장암 등 우리나라에서 흔한 암들의 진단은 내시경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전립선암은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한 전립선암 선별검사는 서구 및 일본에선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보편적인 검사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국가에서 시행하는 암 기본검진에 전립선암 검진이 빠져 있다. 뒤늦게 전립선암이 발견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볼 때마다 국가 차원의 관리 및 대책이 절실함을 느낀다.

전립선암은 간단한 조기검진으로 예방할 수 있다. 사진은 대한비뇨기과학회에서 전립선암 조기검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증상의 유무를 떠나 전립선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는 50대 이후에는 매년 한 번씩 간단한 혈액 채취로 전립선 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전립선 특이항원은 전립선에서만 분비되는 효소의 하나로 전립선 질환 유무를 민감하게 알려주는 지표다. 전립선 특이항원이 정상 수준 이상으로 높을 때 암을 의심하는 것이다. 비용도 1만원 내외로 저렴한 편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전립선암의 체계적인 환자 관리를 위해 매년 전국적인 전립선암 선별검사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가까운 일본은 이런 방식으로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전립선암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전립선암은 사회에서 한창 중추적인 일을 하는 나이에 발병한다. 나라의 기둥이며, 가정의 중심인 중년 남성의 건강을 위해 전립선암의 조기 검진 정책이 하루 빨리 수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비뇨기종양학회 안한종 교수 <대한비뇨기종양학회 교육위원장·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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