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생수전쟁>3.無限개발로 씨마르는 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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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제주도 해안선을 따라 뚫렸던 2천8백여개의 취수공이 물을 찾아 점점 한라산쪽으로 올라가고 있다.관광인구의 급증과 함께 지하수 개발 붐이 일면서 물이 자꾸만 귀해지는 것이다.그나마 몇년전부터는 서부 해안 성산.용당지역 취수공에서 염 소함량이 높아 식수로 쓰기 어려운 지하수가 나오고 있다.심지어 내륙쪽 6㎞ 지점에서는 농업용수도 안되는 오염된 물이 솟아났다.지하수를마구잡이로 끌어올린 탓에 지하수위가 낮아지면서 그 공간을 바다의 염수가 밀려드는 해수 침입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해수침입 현상이 부산.마산등 일부 해안 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의 경우 지하수 과잉 취수로 인한 환경 파괴는 ▲지하수위하강 ▲지하수 오염 ▲지반침하등이라고 학계에 보고되어 있다.
〈표참조〉 다행히 국내에서는 아직 과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이나 멕시코 시티.런던처럼 대대적인 환경 파괴 사태는 보고된 적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수 허용 발표이후 대관령에서부터 제주도에이르기까지 「골드 러시」를 연상케 할 만큼 구멍을 뚫어대고 있어 언제 어디서 이런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충북청원군북일면초정리 일대는 얼마전까지 삽으로 몇m만 파면양질의 탄산수가 솟아날 정도로 물이 흔한 곳이었다.
세종대왕이 이곳 물로 피부병과 안질을 치료했을만큼 수질이 좋아 세계 3대 광천지역의 하나로 손꼽혀 온 「물의 고장」이다.
그러나 76년 I생수업체를 시작으로 S.P등 대규모 생수회사가들어서 1백여개의 취수공에서 하루 70트럭분의 생수를 뽑아내면서 이곳이 몇년전부터 극심한 물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우물이 바닥나고 샘이 말라 붙었으며 20m이상을 파들어 가도좀처럼 물 구경하기가 힘들다.
中央日報 특별취재반과 서울大 조사팀이 초정리를 공동조사한 결과,이 일대 지하수위가 급격히 내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우물은 5,6년전부터 말라 붙기 시작해 흙으로 덮어버린 상태였다.버려진 농가 옆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우물은 바닥이 거의 드러나긴 했지만 그나마 해발 고도가 가장 낮아 완전히 말라 붙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우물의 현재 수위는 10㎝.1~2년전의 수위를 말해주는 이끼 낀 지점에서 우물 바닥까지의 거리는 80㎝였다.그사이 최소한 70㎝이상 수위가 낮아진 셈이다.
지하수위의 하강은 주민 생활에 여러가지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논주위의 샘물 1백여개가 대부분 말라붙어 땅속깊이 파이프를 박아 모터로 끌어올려 논물을 대고 있었다.지하수를 이용하는 Y목욕탕의 하루 취수량 3백t이 지난해부터 1백50t이하로 격감해 1,2년안에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식수난으로 전체 72가구중 42가구가 85년부터 3개 음료회사의 출연금으로 설치한 수돗물을 먹고 있었다.
安鍾洙노인(73)은 『업체들이 들어선 이후 물의「씨」가 말라좋은 물 대신에 상수도를 먹고 있다』며 어쩌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 메워지지 않은 폐공은 빗물이나 농업 용수,중금속이 함유된축산폐수등이 들어가 지하오염의 통로 역할을 하는데도 이곳에는 취수공 상당수가 방치돼 있어 또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개인업자와 음식점 주인이 뚫었다가 수질이 나쁘다며 취수를 중단한 폐공 2개가 마을 한가운데에 메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청원군측이 수익사업을 위해 뚫었다가 쇳물이 나와 버려진 폐공도 눈에 띄었다.환경 오염을 감시해야 할 행정기 관이 오히려환경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었다.
서울大 柳根培교수는 『취수 적정선을 정하고 폐공관리를 철저히하지 않으면 환경 파괴와 오염은 불보듯 뻔한 일이며 지하수나 토양이 오염되면 회복에만 수백년이 걸린다』고 경고했다.
〈李圭淵기자〉 ◇도움말 주신 분▲元鍾寬교수(강원대 지질학과.
대한지질학회장)▲崔茂雄교수(건국대 지리학과.한국지하수학회장)▲柳根培교수팀(朴俊東.朴善曄.朴義濬석사)▲李英信 한국생활정보연구원 상무이사▲崔泰永 초정리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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