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이라크 청문회 철군 논쟁 거세질 듯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호 10면

데이비드 페트라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육군 대장)과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미 대사는 당대 최고의 군인·외교관으로 꼽힌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점령정책의 양대 축이다.

페트라이어스는 소장 진급 이래 이라크에 매달렸다. 2003년 이라크 개전 때 101공수사단장으로 바그다드로 진격했고 그 후 북부 모술 지역의 치안과 재건을 맡았다. 당시 그가 기자들에게 “이 전쟁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말해 달라”고 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미래를 정확히 내다봤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중장 진급과 더불어 이라크군 훈련 책임자가 됐다.

올 1월 현직에 오른 그는 미군 증파로 이라크 안정화를 이루는 전략(surge strategy)을 짰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3만 명을 추가로 파병했다. 13만 명에서 16만 명 주둔체제가 됐다. 민주당 과반의 의회 반발을 무릅쓰고서였다. 이 전략으로 치안이 부분적으로 개선됐다는 보도들이다. 서부 안바르 지역은 소수파인 수니파 무장세력 거점에서 미군의 알카에다전 동맹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이 3일 전격 방문한 곳도 안바르다.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 박사이기도 한 페트라이어스는 맥아더 장군 이래 가장 정치적이라는 얘기도 듣는다.

크로커는 아랍어에 능통한 중동 전문가. 레바논·쿠웨이트·시리아·파키스탄 대사를 거쳐 페트라이어스와 같은 시기에 현직에 올랐다. 이슬람권을 이처럼 다양하게 경험한 외교관은 드물다. 이라크 대사 취임 뒤에는 내전을 막기 위해 물밑에서 정파 간 조정작업을 벌였다.

두 사람이 10일과 11일 하원과 상원 청문회에 나와 이라크 정세를 보고한다. 이 보고는 민주당이 5월 이라크 추가 파병 예산 법안을 승인하면서 철군 시한을 명시하지 않고 내건 조건이다. 페트라이어스는 청문회에 앞서 부시에게 이라크 정세는 호전됐으며 내년 초 4000명을 감축할 수 있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의회 보고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들이다. 이라크 계속 주둔을 고집하는 부시와 철군을 주장하는 민주당을 동시에 배려하는 내용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선에서 만족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현재 여론은 철군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를 계기로 미국 정가는 다시 이라크 전후 처리를 둘러싼 일대 논쟁에 빠져들 전망이다. 우리 자이툰 부대의 철군 문제는 그 결과와 무관치 않을 것 같다.

▶지난 주

5일 프레드 톰슨 전 미 상원의원, 대선 출마 공식 선언
5~6일 북·일, 몽골에서 관계정상화 2차 실무회의
7일 한·미, 시드니서 정상회담. 부시, “북한이 핵 폐기하면 평화협정 가능” 밝혀
 
▶이번 주

1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10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
13일 일본, 달 탐사 위성 발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