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별 가이드-중국>중국어,영어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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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13면

베이징 소재 수인리벳국제학교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어를 배우려는 조기유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2001년 이후 4~5배 늘었다. 공립학교나 국제학교로 유학 가는 데 공립 쪽으로 가는 학생이 더 많다.
한국 학생은 대부분 중국 공립학교 부설 ‘국제부’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다. 국제부를 두고 있는 학교는 대부분 시범학교(우수 공립학교)로 불리는 명문 학교들이다. 베이징의 시범학교는 74개에 이른다. 학생의 90% 이상이 한국인이라 ‘한국부’로 불릴 정도다.

유학생 장사 하는 일부 공립학교 피해야… 미인가 학교인지 꼭 확인 필요

입학시험이 없고 이 과정을 수료하면 졸업장을 받는다. 유학비용은 중학생(기숙사 거주)을 기준으로 학비·교복비 등을 포함해 연간 8만2000~10만 위안(약 1000만~1300만원) 정도다. 수업시간의 대부분은 중국어 인증시험인 한어수평고사(HSK) 준비에 할애한다. 중국어 공부를 주로 하다 보니 같은 학년의 중국 학생보다는 학업 진도가 뒤떨어진다. 2004년 화둥(華東)사범대 부속 중학교 국제부에 다녔던 오준원(17·대원외고 2년)군은 6개월간 중국어 기초를 닦은 뒤 국제부가 없는 다른 공립학교의 중국인 학생반으로 전학했다. 시범학교나 중점학교의 중국인 반은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오군처럼 일반 공립학교로 가는 경우가 많다.

상하이 샹밍(向明) 고등학교의 장인기(외국인담당) 교사는 “중국어 기초를 익히기 위해 국제부에 단기간 머무르는 게 좋지만 영어·수학·과학 등 기본과목을 제대로 익히려면 중국인 학년반에 들어가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 반에 들어가면 힘든 점도 많다. 교사가 칠판에 한자를 흘려 써서 알아보기 어렵다. 시험방식이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중국의 공립학교 시험은 80% 이상이 주관식이다. 중학교 3학년의 작문시험은 1000자가 기본이다.

난징(南京) 소재 공립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준원(15)군의 어머니 남궁영(41)씨는 “중국어가 서툴러도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학교에서도 중국 학생 못지않은 관심을 갖고 이끌어준다”고 말한다.
공립학교에 입학하려면 기부금을 낸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중학교 기준으로 보통 2만~3만 위안(약 260만~390만원) 정도다. 말이 기부금이지 사실상 학비에 가깝다. 학교 측과 잘 협의하면 적게 낼 수도 있다. 난징 제4중학교에 남매를 보낸 이정숙(41·여)씨는 “중국 학생은 연간 2600위안(약 20만원)의 기부금만 내면 되지만, 우리 아이들은 1만 위안을 낸다”고 말했다. 부모 중 한 명이 자녀와 조기유학을 간다면 연간 1450만~1800만원 정도 든다.

영어와 중국어를 같이 배우기 위해 중국의 국제학교로 유학 가는 학생도 적지 않다. 베이징과 상하이에 20여 개의 국제학교가 있다. 한국 유학생들은 주재원 자녀를 위해 만든 베이징 국제학교, 상하이 미국학교 등을 선호하는 편이다. 대부분 기숙사를 운영한다. 주재원 자녀용 학교는 학비가 비싼 편인데 베이징 국제학교는 연간 17만2682위안(약 2240만원)이다. 중국유학넷 이운영 원장은 “평균적으로 연간 9만4000위안(약 1220만원)이 드는데 학교에 따라 1000만원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인터뷰로 입학을 결정하며 일부는 영어 필기시험을 본다. 고교 2학년이 되면 영미권 대학 유학반을 구성한다. 베이징 국제학교(ISB)에 다녔던 강태영(16·대원외고 1년)군은 “잔디 축구장과 럭비장 등 학교 시설이 현대식이어서 좋았고 영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기부금만 잘 내면 쉽게 입학할 수 있고 졸업도 가능하다. 돈만 주면 성적을 조작해주는 곳도 있다. 성적이 나빠도 유급하지 않는다. 돈만 잘 내면 그만이다. 공부 안하고 놀아도 졸업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유학생활을 망치기 십상이다. 1~2년 이상 공립학교 국제부에 다녀도 중국어 초급만 겨우 익힌 학생도 있다. 한국 유학생 장사를 하기 위해 국제부를 만드는 공립학교도 있다고 한다.
학교를 잘 알아보지 않고 갔다가 국내에서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중국 교육위원회가 인가한 외국인 비준학교에서 유학해야만 한국에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 이름만 국제학교일 뿐 커리큘럼이나 학교 운영이 엉망인 데가 있기 때문에 학교를 잘 골라야 한다. 이운영 원장은 “원어민 교사가 몇 명인지, 일주일에 영어 수업이 몇 시간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학교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립학교에서 중국의 사회주의 사상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사고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4년 전에 아들(18)을 난징에 유학 보낸 한 학부모는 “한국 문화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방학 때마다 한국으로 불러 유적지 여행을 보내고 한국 영화를 보게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공업대 김준봉 교수는 “이념적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도록 최소한 초등학교를 마친 뒤 중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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