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완벽한 미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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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15면

역사상 가장 완벽한 미국 드라마(미드)를 찾는다면 그 영예는 어떤 작품에 돌아가게 될까? 저 멀리 ‘맥가이버’에서부터 ‘엑스 파일’을 거쳐 ‘웨스트 윙’ ‘소프라노스’ ‘CSI 과학수사대’까지 머리를 굴려보게 되지만, 정작 수년간의 인기를 등에 업고 장수를 누렸던 드라마는 일찌감치 후보에서 탈락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드가 제 아무리 기본이 탄탄하다고 해도 일 년씩 시리즈를 이어가며 드라마가 연장되는 시즌 제도의 속성상 그 어떤 드라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부침 없이 완벽함을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은 늘 깨지는 법. 그 모든 한계와 가능성의 토대를 감안하여 가장 완벽한 미드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자격이 있는 드라마가 태어났으니, 그게 바로 ‘밴드 오브 브러더스’다. HBO라는 거대 유료 케이블 채널과 제2차 세계대전에 거의 집념에 가깝게 매달리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톰 행크스, 이 세 막강 자본이 합쳤으니 불도저처럼 밀어붙였을 터.

문은실의 미드열전<5> 밴드 오브 브러더스

수년간 지속되는 시리즈 드라마와 달리 10부작 미니시리즈로 기획된 ‘밴드 오브 브러더스’는 TV 미니시리즈라는 장르가 왜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작품이다. 질질 끌지 않는 압축적 구성이면서도 영화처럼 2시간 내외의 아쉽게 짧은 감상시간은 왠지 부족함이 느껴지는 간극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세트나 소품을 활용했음에도, 미국 TV 드라마 역사상 가장 많은 1억2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어 전쟁 드라마 혹은 전쟁 영화의 영역에까지 일획을 긋는 걸작으로 탄생했다. 완성도에 작품성, 유머와 감동 어느 부분 하나 빠진 것이 없기에 감탄에 경탄, 나아가서 눈물과 감동이 어우러지는 역사상 가장 완벽한 미드인 것이다. 일단 보고 나면 드는 생각이라고는 ‘어서 빨리 시간이 흘러 기억에서 그 감동이 잊혀졌으면’ 하는 것. 당연하다. 당신이 ‘밴드 오브 브러더스’의 기억을 안고 사는 한 다른 작품이 눈에 안 들어오고, 기억이 흐릿해져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니까 말이다.

■밴드 오브 브러더스=2001년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두 달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방영된 ‘밴드 오브 브러더스’는 TV 드라마에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작이며, DVD 출시작 역시 대작 DVD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전범을 창출해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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