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학칼럼

드라이버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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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드라이버의 샤프트와 헤드가 이것을 가능케 한다. 클럽의 샤프트는 볼과 임팩트 직전에 분당 200∼300번 정도 진동하고 헤드는 볼과 임팩트 후 초당 1100번 진동을 한다. 이때 클럽 헤드 에너지의 약 93%가 0.0005초 동안 볼에 전달돼 볼은 순간적으로 15% 정도 찌그러졌다가 날아가면서 펴지게 된다.

드라이버 헤드에서 어떻게 이런 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실제로 드라이버 샤프트의 무게는 약 125g이고, 헤드와 그립의 무게는 각각 200g과 52g 정도가 된다. 무게가 200g 정도인 헤드의 속도가 가지는 큰 운동에너지를 46g의 볼에 전달해 볼을 멀리 날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볼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헤드 무게가 일정하다면 헤드의 속도가 커야만 한다.

왜 골프 볼이 멀리 날아가기도 하지만 슬라이스나 훅도 발생하는 것일까. 클럽이 볼을 임팩트할 때 샤프트는 휘어짐과 진동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헤드가 볼을 임팩트하는 순간 샤프트는 헤드 무게 때문에 일정량 뒤틀리게 되는데 이것을 골프에서는 토크라 한다. 이렇게 뒤틀리는 정도에 따라 토크가 크거나 작다고 한다.

골프 클럽은 스윙할 때 휘어지며, 헤드도 비틀어짐

이 뒤틀림과 샤프트의 유연성이 클럽을 다운스윙할 때 헤드와 볼이 직각으로 임팩트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볼이 슬라이스나 훅이 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짧은 시간에 그립과 샤프트로 연결된 헤드와 볼이 직각으로 임팩트되게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몸에 맞는 클럽을 선택해 실수의 폭을 줄이는 것이다.

골퍼는 자신의 몸에 맞는 클럽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어떤 날은 볼이 잘 맞다가도 또 다른 날은 잘 안 맞는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게 바로 골프다. 이는 골퍼들의 체형 및 체력에 따라 클럽을 다운스윙할 때 헤드의 속도가 다르고 같은 클럽을 사용하더라도 헤드와 볼과의 임팩트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옷은 양복점에서, 구두는 수선점에서 알맞게 수선해 달라거나 다시 맞출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골퍼가 현재 가지고 있는 클럽이 몸에 안 맞으면 수선을 하거나 클럽을 새로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으로서는 클럽이 옷이나 구두처럼 몸에 잘 맞는지 안 맞는지를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골퍼들은 클럽의 피팅(fitting)을 전문으로 하는 ‘골프 병원’에 가 진단을 받아 몸에 맞는 클럽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골프인구가 수백만이라고 하니 서양인 기준이 아닌 한국인의 체형에 알맞은 골프 클럽의 기준도 나와야 할 것이고, 클럽을 몸에 맞도록 조정해 사용하는 것도 보편화돼야 할 것이다.

김선웅 고려대 교수·물리학

◆약력=고려대 물리학과·대학원 졸업, 물리학박사,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임, 한국물리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