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음악의 마지막 꿈 이루어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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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2005) 선생의 부인 이수자(80·사진)여사가 40년 만에 모국을 방문한다. 윤이상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9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서울과 부산, 통영 등지에서 열리는 ‘2007 윤이상 페스티벌’을 참관하기 위해서다.

 윤이상평화재단의 장용철 상임이사는 6일 열린 제1회 국제윤이상음악상 개최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여사가 딸 윤정씨와 함께 10일 오후 3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다음달 3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음악상 시상식 등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이사는 또 “이 여사는 복잡한 심경 때문에 ‘이제는 가야할 때’라고 짧게 입장을 말한 것으로 안다”며 “노무현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967년 이른바 ‘동백림사건’에 남편인 윤이상 선생과 함께 연루돼 한국으로 연행됐다가 40여일만에 다시 독일로 돌아간 뒤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베를린 자택과 북한이 제공한 평양 근교의 집을 오가며 살아왔다.

 이 여사는 지난해 1월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가 “동백림 사건은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나 대규모 간첩단 사건으로 확대왜곡된 것이므로 정부는 당사자 및 유가족들이 입은 고통에 대해 사과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힌 이후에도 남편의 명예회복을 주장하며 고국방문을 미뤄왔다. 이와 관련,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과거 불행한 사건에 대한 유감표명과 유족들의 고초를 위로하는 내용을 담은 ‘2007 윤이상 페스티벌’ 초청서한을 지난 5월 보낸 바 있다.

 장 이사는 “명예회복이라는 것이 사법적, 정치적, 예술적 측면의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사법적 부분은 향후 오셔서 함께 할 부분이고, 정치적 부분은 정부의 관심이나 평화재단 지원등으로 어느 정도 성의 표현이 됐고, 예술적 부분은 최근 몇년 사이 윤 선생 관련 박사학위 논문이 100편을 넘을 만큼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대체로 공감하고 동의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11일 오후 2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박재규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 송기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2007 윤이상 페스티벌’은 9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국악원, 고양 아람누리, 부산문화회관과 평양 윤이상 음악당, 베를린국립음대 등에서 열린다. 국제윤이상음악상 시상식을 비롯해 탄생 90주년 기념식, 서울 윤이상 앙상블 창단연주,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의 한국 초연 등이 이어진다.

 이날 지휘자 정치용씨는 돌아가시기 7개월전 만난 윤 선생이 “유럽인들의 연주는 수준이 높지만 내 맘에 안차고, 평양 연주는 굉장히 잘하지만 사회주의 탓인지 건조하다. 내가 태어난 남한에서 누군가 열심히 한다면 그 두가지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며 “우리 손으로 선생의 작품을 격조높게 연주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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