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백% 이전” 최대 성과/8개월만에 끝난 고속철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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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제차 제작때 국내사 공동참여/재원조달 전액 불 은행차관으로
한국·프랑스간 경부고속철도 차량도입 협상이 18일 마무리됨으로써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차종선정은 철도 용지매수,노반 및 궤도 부설,역세권 개발 등으로 이루어지는 전체 경부고속철도 건설과정의 한부분에 불과하나 차량형식 여부가 2000년이후 동서 및 호남고속철도와 통일후 남북 철도건설 등 차세대 우리 철도망의 골격과 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협상결과가 주목됐었다.
91년 8월 독일·일본·프랑스가 경부고속철도 차량 수주전에 나선 이래 여섯차례의 경합끝에 지난해 8월 TGV를 내세운 프랑스 알스톰사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된뒤 한불 양국은 지난 8개월간 가격과 기술이전범위·국산화율·금융조건 등을 놓고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벌였다.
고속철도공단 관계자는 협상결과에 대해 『TGV가 이미 진출한 스페인 등 외국에 비해 국산화율과 기술이전 조건 등에 있어 한국측에 상당히 유리하게 체결됐다』며 『협상과정에서 완벽한 성능과 품질보증,완전한 기술이전,국산화율 제고,유리한 가격 및 금융조건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가격조건=46편성 9백20량에 대한 차량가격 21억1백60만달러는 91년 차량 응찰 수주전에 뛰어든 프랑스 알스톰사가 제시한 최고 액수 36억7천만달러보다는 15억7천만달러가 떨어진 것이다.
차량가격 21억1백60만달러는 국내 제작분 10억6천9백80만달러와 프랑스 제작분 10억3천1백80만달러(60억9백50만프랑)로 구성된다.
당초 프랑스측은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될 당시 합의된 23억7천만달러를 고수했으나 끝까지 경쟁을 포기하지 않았던 독일 지멘스사측이 자신들 차량에 대해 대폭 가격인하를 내세우며 협상 재참여의사를 밝히자 막판에 양보,2억7천만달러 추가인하에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철도공단에 따르면 이러한 가격수준은 비슷한 기종으로 92년 개통한 스페인 AVE보다는 5억2천만달러,유럽을 하나로 묶는 구주통합선(PBKA)에 비해서는 6억3천만달러가 싼 가격이라는 것이다.
◇기술이전·국산화율=가장 어려운 협상의 고비가 되었던 분야로 프랑스 알스톰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첨단기술을 모두 이전받도록 했고 앞으로 차세대 고속철도 기술개발에 우리 기술진이 공동참여하도록 합의했다.
기술이전에 따른 훈련계획을 보면 첨단기술훈련 및 지원과 차량제작 기술훈련,운영·보수훈련에 모두 3천2백4명의 프랑스 기술진이 연차적으로 한국을 방문,기술전수를 하게 된다.
1단계 2편성 시제차 제작단계에서는 현대·대우·한진 등 국내 제작사의 공동설계 및 현장훈련을 통한 기술을 확보하고 국내 생산시설의 구축을 시작한다는 계획.
서울∼대전간에 운행될 10편성이 제작되는 2단계에서는 국내에서의 열차조립 편성기술을 확보하고 프랑스측 기술자를 통한 제작·시험기술을 지도하게 된다.
나머지 34편성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제작·조립하게 되며 고속철도 운영 및 유지보수에 대한 기술도입이 이루어진다.
또 알스톰사측이 갖고 있는 차량제작 특허권과 복사권 등 모든 지적소유권에 대해서도 우리의 사용권을 확보하는 한편 사업추진 과정에서 얻어질 신기술에 대한 소유권도 고속철도공단에 귀속하도록 규정했다.
가격을 기준으로 50%를 약간 상회하는 국산화율은 스페인 AVE의 45%와 구주통합선의 30%에 비해 높은 수치. 차량 제조과정에서 국산화율이 50%에 미달할 경우 각 미달품목가격의 20%의 벌칙금을 알스톰측에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조건=차량가격과 건설기간중 이자 등을 포함한 총재원 27억4천만달러 전액을 프랑스 엥도수에즈은행을 주축으로 한 차관단에서 도입키로 하고 7월중 차관협정을 맺을 방침이다.
이자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정금리를 적용키로 했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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