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무역연계 노동권보호 요구/구미 일부기업 이미 조건 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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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리바이스 중국하청 거부도
노동권 보호와 무역을 연결하려는 블루라운드(BR)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국제기업간의 거래에선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진흥공사는 16일 「블루라운드의 실체와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최근 선진국 기업들이 하청관계를 맺고 있는 개도국 기업에 노동권 보호를 요구하고 있는 사례들을 적시했다.
예를들어 리바이스 청바지를 생산하는 미국의 레비 스트라우스사는 최근 개도국 하청업체들과 납품계약을 맺으면서 어린이를 고용하거나 강제노동을 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을 넣었다.
무공은 레비 스트라우스사가 노동조건을 맞추지 못한 중국기업들과는 생산단가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하청을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스위스의 소매협종조합(MIGROS)도 최근 필리핀이 델몬트사로부터 파인애플을 납품받으면서 농장 근로자들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근로조건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무공은 이와함께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최근 개도국에 대한 일반특혜관세(GSP) 적용여부를 심사하면서 노동권 보호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정부는 지난해 모리타니에 대해 노동권 보호가 미흡하다고 GSP 수혜자격을 박탈했으며 엘살바도르·태국 등에 대해선 노동권 침해사례를 조사했다. 또 앞으로 10년간 시행할 제3기 GSP 운영계획을 입안중인 EU도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정해두고 이를 GSP 공여기준으로 삼거나 ▲노동권을 보호하는 나라에 대해선 GSP 공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무공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비교적 노동권 보호가 잘돼있기 때문에 BR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오히려 중국·동남아·중남미에 비해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남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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