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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협상 7년 대장정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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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종서명에 담긴뜻/「적자생존」 냉혹한 현실로/일방주의 미­유럽 맞대결 “잠복”/개도국선 노동·환경등 구조조정 불가피
7년간의 협상이라는 난산끝에 이루어진 우루과이라운드(UR)의 타결은 무역장벽이 철폐됨에 따라 국제경제가 호전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세계무역경제질서가 성역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본격 진입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라는 국제규범을 토대로 공정한 경쟁의 터전을 마련했다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체결국들이 어느정도까지 성실히 UR협정을 준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WTO체제는 이와함께 환경과 노동 등 새로운 무역환경의 변화에 따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분쟁의 불씨가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조심스런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공산품의 경우 관세·비관세 등 교역장벽이 철폐되거나 대폭 완화됨으로써 시장확대를 통해 창출되는 교역증가 효과는 연간 3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함께 전세계 교역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서비스와 지적재산권을 비롯한 농업·정부조달 등도 다자간 협상이라는 국제규범의 틀안에 넣는데 성공함으로써 국경없는 경제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새로 탄생하는 WTO체제는 무역분쟁을 판결할 수 있는 사법적 지위를 가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와 비교할 수 없는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 이로써 일방주의의 표본으로 지목돼온 미국의 슈퍼 301조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크게 영향받게 됐고,개도국은 WTO의 우산속에 어느정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미 기술혁신과 자유로운 자본의 의동,정보의 신속한 파급 등으로 경제 국경의 붕괴와 상호의존도는 UR로 더욱 촉진되고,국제경쟁도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승자와 패자의 판가름이 노골화되고 각국 정부는 국제경쟁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자국의 이해를 지키려는 국내적 압력과 근본적인 구조조정작업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앨 고어 부통령과 미키 캔터 무역대표부 대표가 14일 마라케시 회담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미국이 슈퍼 301조의 발동 등 일방주의를 자제하겠다는 대목은 단 한곳에도 없었다. 다른 축을 형성하고 이는 유럽연합(EU)의 요새화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일방주의로 치달을 때 세계 최대의 단일경제권을 형성하며 정치·경제적 무게를 싣게 된 유럽도 맞대결 양상으로 돌진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무시할 수 없다.
남·북과 동·서의 마찰도 WTO체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서에서 동으로,북에서 남으로 옮겨가고 있는 세계경제의 축에 대한 선진국들의 반발이 예측할 수 없는 나쁜 경제상황과 맞불릴 때 언제고 보호주의가 대두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힘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지금까지 세계무역정책을 주물러온 선진공업국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보호주의로의 회귀를 동반하게 된다.
노동기준을 둘러싸고 불공정 경쟁과 보호주의의 구실이란 주장으로 맞붙고 있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마찰은 앞으로 경쟁정책 등이 거론되면 더욱 첨예화될 수 밖에 없다.
환경과 무역위원회가 설치됐고,노동권의 문제도 본격적으로 토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쟁정책과 기술정책을 국제규범안에 두려는 논의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UR 최종의정서 서명은 결국 국제경제질서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형성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라 해야 할 것이다.<마라케시=고대훈특파원>
◎협정문 어떻게 짜였나/새체제 관리할 WTO 내년초 발족/서비스·지적재산권 협정등도 담아
우루과이라운드(RU) 협정문은 한장으로 된 「최종의정서」와 5백여쪽의 「세계무역기구(WTO) 설립을 위한 협정」 및 「각료결정과 선언」 등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2만2천쪽에 달하는 각국의 양허계획서(CS)가 첨부된다.
◇최종의정서:체결국들은 협상결과를 확인하고 WTO 설립협정을 국내 비준절차에 회부할 것과 각료선언 및 결정을 채택하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이다. 각국 대표들은 필요한 국내 절차에 회부,내년 1월1일 또는 그 이후 조속한 시일내에 WTO가 발효되도록 노력하며 WTO 발효를 결정키 위해 94년말까지 별도의 각료급 회담을 개최한다.
◇WTO 설립협정:WTO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포용하는 유일한 제도적 기구임을 확인하는 UR협상의 실질적 내용을 담고 있다.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각료회담은 2년마다 개최해 무역질서에 필요한 새로운 사항을 결정한다. 또 일반 이사회는 협정문과 각료결정의 운용을 감독하는 한편 분쟁해결기구 및 무역정책 평가기구를 뒀다. UR결과를 예외없이 전부 수용하도록 한 협정문은 ▲상품·서비스·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협정(공산품과 농산물) ▲분쟁해결 절차 ▲무역정책 검토 ▲복수국가간 협정(민간항공기·정부조달·낙농·우유) 등 4개의 부속서를 갖고 있다.
◇각료선언과 결정:WTO 설립협정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내용으로 WTO 협정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12개의 선언과 결정을 말한다. 마라케시 각료선언은 WTO 창설에 관한 체결국의 결정을 확인하고 GATT로부터 WTO로의 이행을 촉진하고 WTO 발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무역과 환경에 관한 결정」은 WTO 제1차 일반이사회에서 「무역환경위원회」를 설치하고 무역과 환경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관련조문 수정 등을 검토하게 된다.
◎UR서명 하던 날/김 상공 1시간반동안 임시 의장직 맡아/고어 연설 대부분 환경·노동조건에 할애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은 대표연설 마지막날인 14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부터 임시의장직을 대행,1시간30분동안 회의를 진행. 김 장관의 의장직 수행은 각 지역대표가 교대로 사회를 보도록 하자는 각료회의 의장 아브레우 우루과이 외무장관의 의견에 따른 것으로 북미에서 캐나다,유럽에서 헝가리,아프리카에서 이집트,아시아에서는 한국대표가 각각 의장직을 수행하게 된 것. 김 장관은 이어 리언 브리튼 유럽연합(EU) 집행위원과 만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 설립협정의 비준문제와 EU의 자동차시장 접근 등 한·EU간 통상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
○…김 장관은 서명을 마친뒤 『재협상의 여지는 전혀 없다』며 국내의 재협상 요구설을 일축하고,『UR내용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며 우리에게는 농업라운드로 변질된 UR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
김 장관은 WTO 설립협정문에 서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 『WTO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각국의 절차를 존중해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
○…선준영 외무부 차관보는 14일 『우리가 협상력이 약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강대국에 비해 약한 것일뿐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며 쌀문제에 대해서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사무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놀라운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언. 그는 또 노동문제에 대해 『우리의 경쟁상대는 선진국이 아니라 중국 등 후발국』이라며 『노동문제가 삽입될 경우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고 노동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정부입장을 표시.
○…총리실과 관련,참석여부로 관심을 끌던 하타 쓰토무(우전자) 일본 외상은 14일 대표연설에서 미국을 겨냥,『보호주의가 판을 칠 때 세계경제는 대공황으로 빠져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반덤핑의 남용과 일방적인 조치 및 지역주의에 의존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발상에 우려를 표한다』고 발언.
○…마지막 연사로 등단한 미키 캔터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환경과노동조건에 대해 일부에서 불편해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새로운 무역체제의 비전은 경제발전에서 도출하는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두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입장을 재천명. 이어 특별연사로 이날 도착한 앨 고어 부통령은 연설의 대부분을 환경과 노동조건에 할애,강도높게 발언.
그는 오존층이 고갈되면서 피부암과 곡물수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환경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해야 하는 의무임을 강조.<마라케시=고대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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