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개운찮은 한국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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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스위스 산골마을 다보스에서 열렸던 연례 세계경제포럼(WEF)이 25일 막을 내렸다. 지구촌의 정.재계 인사들은 지난 닷새간 2백57개에 이르는 각종 의제를 놓고 밤늦도록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체 무슨 까닭에 해발 1천5백m 고지에 자리잡은 산골로 세계의 내로라 하는 지도자 2천여명이 해마다 모여드는 것일까. 참가비와 체재비로 수천만원을 써가며 말이다.

다보스 포럼에 비판적인 단체들은 "돈있고 힘있는 인사들의 허영심과 과시욕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포럼에서 떠드는 것은 '공허한 말의 잔치'며 '포럼 내용은 속빈 강정'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반면 회의 참석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다보스 포럼에선 한해 화두가 될 쟁점과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가장 먼저 개최되는 대규모 국제 회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세계 유명인들과 토론장에서 자연스레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동시에 다보스 포럼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의 현안을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국제 사회에 전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행사기간 중 전 세계 언론이 집중적으로 주목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올해에도 이란.그루지야.파키스탄 등 7개국 대통령과 9개국 총리, 10개국 외무장관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러나 세계의 이목이 쏠린 북핵사태를 다루는 토론회에 참가하겠다고 약속했던 한국 외교부 장관이 막판에 불참을 통고해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장관이 급작스레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1년에도 진념 당시 재경부 장관이 개각을 이유로 갑자기 참석을 취소했었다.

유권하 특파원 다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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