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방>너무 잦은 TV.영화의 여성 주먹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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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중 하나가 TV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여성들의 폭력성에 관한 것이다.
요즘 TV드라마와 영화등에서 여성으로부터 매맞는 남성이 부쩍많이 등장하는 것은 현대 여성의 지위향상과 남성을 능가하는 우먼파워를 실감케하는 비약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다. MBC-TV 주말연속극『서울의 달』에서는 조신하고 소심해보이기까지 하던 여자 주인공(채시라扮)이 앞집 건달들(최민식.
한석규扮)을 상대로 주먹질을 서슴지 않는다.KBS-2TV의『폴리스』에선 미모의 여형사(이승연扮)가 긴머리카락을 휘 날리면서화려한 액션을 과시하며 남성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장면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TV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양귀자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나는 소망한다,내게 금지된 것을』의 최진실,미스터리 영화『절대사랑』의 황신혜,『장미의 나날』에서의 강수연등도 폭력을 휘두르는 무서운 여성들로 묘사된다.
과거엔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항변하지 못하고 울음으로 참던 나약한 여성 이미지로만 남아있던 것과 비교하면『비약적인 발전(?)』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이미지가 지배하던 전통적인여성다움의 가치가 깨지고 대신 적극적이고 당찬 현대 신세대 여성의 출현을 반영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TV.영화등에 나타난 여성들의 폭력장면은 현대 여성의남성과 다름없는 적극성이나 폭력성을 강조한다기 보다 오히려 남성적인 폭력을 교묘히 합리화하는 또다른 반영일 수도 있다는데 우려가 앞선다.
대중 영상매체는 항상 시청자의 시선을 끌만한 재미있는 것을 찾게 마련이다.여성 폭력이라는 소재가 남성 폭력에 비해 새롭고재미있는 볼거리임엔 틀림없다.진부한 소재인 남성 폭력이 치밀한극적 구성과 상황 설정이 필요한 반면 여성의 폭력은 그 자체로서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이러한 이유로 여성의 폭력을 단순히 희화화하는 것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 만큼이나 우려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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