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드 명물’ 오남매, 신나는 피아노 오중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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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브라운스’ 오남매. 왼쪽부터 라이언·멜로디·데온드라·그레고리·데지레.

브라운(Brown)이라는 성(姓)을 가진 다섯 남매는 줄리아드 학교의 ‘명물’이었다. “학교 다닐 때 우리 남매 모두의 이름을 모르는 학생들은 우리를 뭉뚱그려 ‘브라운스’라고 불렀어요. 그게 우리 멤버의 이름이 됐죠.”

 남매 중 맏이인 데지레(27)는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다섯 남매 모두 피아노를 치는 바람에 학창시절부터 유명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데지레와 동생들인 데온드라(25)·그레고리(23)·멜로디(21)·라이언(20)은 모두 3세부터 오페라 가수였던 어머니의 지도로 피아노를 시작했다. 맏딸이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에 들어간 뒤 동생들 모두 같은 학교를 다녔다. 예비학교부터 박사과정에 걸쳐 5명이 함께 학교를 다닌 기간도 5년이나 된다. 큰언니의 영향도 컸지만 자매끼리의 경쟁심이 줄리아드 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2005년부터 ‘파이브 브라운스(5 Brown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드뷔시 등을 연주한 데뷔 앨범은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특히 크로스 오버가 아닌 클래식만으로도 젊은 음악팬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주자들이다. 2~5명이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편성만 바꾼 클래식 작품들은 빌보드 팝 앨범 차트에서 122위까지 올라가 관심을 모았다. ‘투나잇 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다.

 뉴욕타임스는 “다섯 명의 어린 연주자들이 귀여움을 벗고 파워를 가진 거장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이들을 극찬했다. 뉴욕포스트는 “이들의 50개의 손가락이 팬들에게 음악적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고 평했다.

 이들은 함께 작성한 답변서를 통해 “젊은 사람들이 클래식 앨범을 들고 공연장으로 나오게 만드는 것이 연주 목표”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미국·유럽·일본에서 열린 연주회 객석의 절반 이상이 대학생 이하의 어린 청중들로 채워진다. 일년에 해외 연주는 평균 30여 차례, 미국내 연주는 20여 차례를 갖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젊은 청중들을 위해 공연마다 질문 시간을 따로 마련해요.”

 마이크가 객석으로 돌아가는 이 시간에 “피아노 연습을 하루에 몇시간씩 하느냐”는 음악과 관련된 질문들이 대부분이지만, 다섯 남매 중 한 명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학생도 있단다. 기존 클래식 공연의 틀을 벗어난 발랄한 음악회인 것이다. 이들은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연주회 때 평상복을 입고 이 같은 공연 컨셉트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일어난 사람이 집에 있는 5대의 피아노 가운데 보다 좋은 피아노를 차지한다는 브라운가(家)의 규칙도 소개했다. 이들 남매의 피아노 소리는 대체로 신나고 힘차다. 다섯 명이 함께 연주하는 소리는 오케스트라를 떠올리게 한다. 보다 크고 화려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젊은 청중들을 잡아끌려는 배려같기도 하다. 다섯 남매는 7일 오후 8시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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