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으로 그린 그림 화제 황호섭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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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프랑스 파리 근교 노장에 머물며 세계적인 화랑 장 푸르니에를근거로 활동중인 비구상화가 黃虎燮씨(39)가 박영덕화랑.갤러리사계.갤러리 포커스 3곳에서 1~11일 근작 초대전을 열고있다. 85년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를 졸업하면서 주목받는 청년작가로 떠오른 黃씨는 가로.세로 각 2m내외의 큰 아크릴판 위에 붓 대신 손에 물감을 묻혀 자유로우면서도 힘 찬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으로 그리는 이유는 마음속의 느낌과 조형적 이미지를 즉각 캔버스 위에 표현해보자는 작업방침을 살리려는 목적이다.자신의 첫 느낌이 인공적 도구인 붓을 통과하면서 아무래도 변형되는게 싫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말하자면 그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생명의 욕구가 그의 마음속에 이미지를 떠올리면 바로 캔버스에 물감으로 표현하는 식인데때문에 그의 그림에는 그림 본래의 의미 전달을 방해할 수 있는장식용 액자도 없고 제목조차 없이 강렬하면서 현란한 원색의 세계가 힘찬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
이에대해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黃씨의 회화세계는 인간과 우주에 대해 즉물적으로 접근,거기서 떠오른 고양된 감성을 원색이 지닌 통념적 의미로 표현해낸 독특한 멋이 있다』고 평하고 있다. 작가 자신은『각 색에 대한 느낌은 작가나 일반 감상자나 공유하는 바가 많은데 중요한 것은 색의 의미가 아니라 창조적 구도속에서 색간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조형성을 작가와 감상자가 공유할 수 있는 느낌의 공감대 형성』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인의 의식속에 녹아 내려온 색에 관한 인식,가령 색동저고리나 사찰의 단청에서 보이는 밝으면서도 화려한 색의조합이 주는 원시적 건강성이 자신의 작업에 많은 도움을 주고있다며 이것이 유럽화단에서 그를 평가해주는 요인의 하나라고 말했다.그의 작품은 일관되게 색간의 대비,곡선과 직선의 대비등이 나타나는데 이는 그가 동양적 생각,곧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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