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처남, 김상진 우리은행서 1300억 대출 때 관련 부서 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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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일건의 사무실이 입주한 부산시 금정구 부곡4동 애플타워 빌딩.

노무현 대통령의 처남 권기문(53.권양숙 여사의 막내동생)씨가 부산 지역의 건설업체 ㈜일건 대표 김상진(41)씨가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아파트 재개발 사업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돈을 빌릴 당시 우리은행 관련 부서에 근무했던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김씨는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소개로 만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건네고 세무조사를 무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과 금융계에 따르면 권씨는 2005년 12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우리은행에서 아파트 개발 금융 업무의 실무팀장급인 주택금융사업단 부장을 맡았다. 권씨가 부장을 맡고 있던 시기인 지난해 4~6월 김씨는 모두 1300억원을 PF 방식으로 우리은행으로부터 빌렸다.

권씨는 2007년 4월 주택금융사업 단장에 임명돼 현재까지 같은 업무를 맡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주택금융사업 단장은 아파트 개발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검토.결정하는 책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권 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주택금융사업단에 부장으로 근무했으나 실무가 아닌 정책을 담당했다"며 "따라서 김씨의 대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출이 이뤄지던 당시 우리은행 주택금융단장이었던 선환규 우리은행 부행장은 "대출은 포스코건설 담당 지점에서 주도적으로 했으며 해당 대출 관련 담당 부서는 여신관리부였다"며 "주택금융사업단이 관여한 것은 이자율 협상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건 대표 김상진씨가 자금을 형성한 모든 과정을 살펴볼 계획"이며 "대통령의 처남 권씨가 PF대출 방식에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상고 출신인 권씨는 1999년부터 2004년 4월까지 우리은행 구포동.범천동 지점장 등 부산 일대에서 일했다. 김상진씨는 2002년 3월 ㈜일건을 설립해 건설사업에 참여해 왔다.

또 ㈜일건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으로부터 265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받을 때 국민은행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금리는 우리은행이 5.33%이었으며 국민은행은 5.4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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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형 "정윤재씨에 동생 소개"=정윤재 전 비서관을 김상진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의 형(45)은 이날 sbs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의 민원 관계 때문에 정 전 비서관을 만난 사실이 있다. 내가 정 전 비서관에게 (동생 김상진씨를) 소개한 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2000년 중반 (동생 김상진씨가 대표로 있는) 한림토건이 부산 강서구에 공사 현장이 있어 민원인 차원에서 정 전 비서관을 처음 만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 전 비서관은 부산에서 여당(새천년민주당)의 지구당 위원장의 비서관을 맡고 있었다.

그는 그러나 "말썽이 난 식사(2006년 8월 김상진씨, 정상곤 당시 부산국세청장, 정윤재 당시 국무총리실 정무비서관 3자의 저녁 모임) 건은 전혀 몰랐다"며 "정 전 비서관과 통화한 지 2년 가까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김창규.김승현 기자

◆프로젝트 파이낸싱(PF)=개발사업의 미래 수익을 근거로 돈을 빌리는 금융 거래 방식이다. 즉,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의 가치에 두지 않고 앞으로 발생할 개발사업의 수익을 보고 돈을 빌려주고, 수익이 나면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시공사의 대출금 상환 보증 등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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