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발암수돗물(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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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처음엔 놀랄 일도 자주 있다보면 대수롭지 않게 된다. 장영자사건 등 대형 금융사건을 자주 겪고보니 이제 몇억정도는 우습게 아는 풍조가 됐다. 8억원을 사기당한 은행지점장이 투신자살한 것을 두고 『고작 8억원 때문에 죽다니…』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수돗물 오염에 대해서도 이젠 사람들이 둔감해지고 있는 것 같다. 금년초 낙동강 오염 때문에 그렇게 여론이 들끓고 정부 역시 수돗물만은 지킨다고 비장한 각오까지 밝혔지만 마치 강조기간 행사처럼 그때만 지나고 나면 심상하다. 그후에도 수돗물 악취소동은 끊이지 않았고 낙동강뿐 아니라 영산강도 절망적이라는 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4대강 수돗물에서 모두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다. 4대강이라면 남한 전체가 다 해당되는 셈이니전국이 떠들썩할만도 한데 정부부터 극히 침착(?)하다. 보사부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발암물질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미달되는 극미량이고 휘발성이 강해 끓여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 김상종교수는 극미량이라도 체내에 축적되므로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민으로서는 당장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물문제에 관한 보사부의 신용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또 자기 몸을 실험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한 의심스러운 수돗물을 마실 기분은 안 날 것이다.
설사 보사부의 말대로 끓여 먹으면 괜찮다고 치자. 그러나 운동장에서 뛰놀던 어린이가 수도꼭지에서 그대로 들이키는 물이나 나들이 나간 시민이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마시는 물은 그러면 어떻게 할까. 이런 예는 이밖에도 많을 것이다.
결국 수돗물 문제는 둔감해서도,대담해서도 안될 문제다. 낙동강 파동 때의 그 맹세와 각오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4대강 수돗물에서 나온 발암물질이 지금은 극미량이라지만 머지않아 얼마가 될지 누가 장담하겠는가. 도대체 발암물질을 일상적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생수장사한테 돈벌이를 크게 시켜줄 생각이 없다면 정부는 발암물질 검출에 「침착」만 할게 아니라 「호들갑」과 「법석」을 떨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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