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을살리자>22.감-일손 덜들고 곶감용 적합 수출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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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후유(富有)등 일본산 단감 품종의 본격적 도입 이후 국내에서재배면적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토종 감들이 최근 농산물 시장개방에 맞선 농가의 부업대상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단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80년대 들어 집중적으로 재배된 단감들은 생산단가의 현격한 차이로 더이상 수출이 불가능한데 비해 토종 떫은 감을 가공한 곶감의 수출이 일본시장 등에서 우수한 질을 인정받아 급신장하고 있기 때문 이다.
90년에 13t에 불과하던 곶감의 수출량이 91년 23t,92년 67t,93년 74t으로 3년새 5.7배나 늘어났다.
토종 떫은 감들은 단감과 달리 곶감.감식초.감장아찌 등 다양하게 가공식품화 할 수있어 전통식품을 기초로 한 떫은 감에 대한 이용 및 藥性연구가 본격화할 경우 훌륭한 자원으로 각광받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구나 토종 감나무들은 병충해 등에 강해 별로 손을 타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다 현재 농진청에서 추진중인 10여m나되는 나무높이를 낮추는 연구가 결실을 볼 경우 어느 과수보다도확실한 농가 부수입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일본과 함께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감나무는 삼국시대부터 과수로 본격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74년부터 3년동안 문화재관리국이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경주 雁鴨池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연못을 조성할 당시 관상수로 감나무를 심은 사실이 흙속에 남아있던 꽃가루에 대한 연구결과 밝혀진데 따른 것이다.
유전적 특성상 수많은 變異種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감나무는국내에서도 수백가지 품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기후여건상 거의 모든 품종이 떫은감 계열이다.
50,60년대 농진청이 전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토종 감을 수집해 특성을 조사한 결과 1백86종의 감나무가 분포돼 있으며 이중 74개 품종은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곶감을 만들어 왕실에 바쳐졌던 高種枾.高靈수시.咸安물감등을 비롯,舍谷枾.月下枾.둥시.장둥이.丹城枾 등도 품질이 극히뛰어난 품종으로 파악됐다.
경북 일대에서 재배되던 高種枾는 감의 형태가 다소 길쭉하며 선홍색을 띠고 있고,경북의성의 舍谷枾는 편원형에 과육이 단단하면서도 단맛이 뛰어나며,경남함안의 咸安물감은 둥글납작한 모양에살이 부드럽다.또 충청지역의 月下枾는 끝이 뾰족 한 원추형에 비교적 추운 지방에서도 재배할 수 있고,경북상주의 둥시와 전남구례의 장둥이는 네모꼴이며,경남산청의 丹城枾는 원추형에 점질이뛰어나다.
감은 크게 단감과 떫은 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단감은 성장과정에서 감 특유의 떫은 맛을 내는 타닌성분이 불용성으로 바뀌어수확후 바로 먹을 수 있으나,떫은 감은 씹으면 가용성 타닌이 녹아나와 그대로 먹을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 다.
또 떫은 감은 살이 단단한 떡감과 물렁물렁한 물감으로 나눌 수 있는데 舍谷枾.月下枾.丹城枾.둥시.장둥이 등은 떡감이며,咸安물감.淸道반시.高靈수시 등은 물감이다.
대체로 단감은 기후가 온난한 지역에서만 열매를 맺고 기후에 따라 떫은 감이 되기도 하나 떫은 감은 재배의 북방한계선이 평안남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넓은데다 특성이 쉽게 변하지 않아 떫은감이 감의 原種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기후 조건에 따라 국내 토종감들은 거의 떫은감 계통이며 단감 계통은 돌단감으로 불리는 야생감과 애초 떫은 감이지만씨가 생기면서 단감으로 바뀌는 早紅枾가 있으나 질이 좋지 않아거의 재배되지 않았다.
외국산 단감 품종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06년 뚝섬 원예지장에서 시험사업을 벌일 때가 처음으로, 80년대 들어 과일소비가 늘어나면서 바로 따 출하할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재배면적이 급증하고 있다.
曺祥圭씨(74.前농진청연구관)는 『토종감나무들은 耐蟲.耐病性이 우수하므로 부업 과수로 가장 적합하며 단감으로 곶감을 만들면 당도가 떨어지고 물러져 쓸모가 없게 되는데 비해 떫은 감은가공성이 뛰어나므로 가공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있 을 경우 농가소득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단지 감이 배탈을 치료하는 정도의 효능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선조들은 감의 다양한 효능을 일찍부터 알고 최고의 과일로 쳐왔다.실제로 식품영양학계의 연구 결과 감은 비타민C.비타민A가 각각 사과의 8배,40배나 되고 과당과 각종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등 영양가가 가장 높은 과일로 판명됐다. 특히 예전 사람들은 과음 해 고생할 경우 연시와 수정과를 먹었는데 이 역시 매우 과학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체내의 알콜을 탄산가스와 물로 분해하기 위해서는 과당.비타민C.수분이 필요한데 감에는 과당이 7%나 들어있는 등 이러한 영양소를 가장 잘 갖춘 과일로 드러났다.
東醫寶鑑에도「감은 뇌일혈과 만성기관지염에 효능이 있고 지혈작용도 하며 말린 감꼭지는 정력을 돕는다」고 적혀있으며「단지 변비와 빈혈이 있는 사람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밝히고 있다.
***발효되면「감식초」 이에 따라 예부터 우리나라에는 감을 이용한 가공식품이 발달했다.
대표적인 가공식품으로는 곶감과 연시(紅枾)외에도 따뜻한 소금물에 땡감을 담가 떫은 맛이 나지 않으면서도 비타민 등 영양소가 그대로 보존되는 우림감,곶감이 주원료의 하나인 수정과 등이있다. 일부 부유한 가정에서는 노인들의 기력회복 등을 위해 감을 항아리에 넣어 발효시킨「감식초」를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 최근 혈압강하와 당뇨억제에 큰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독특한 향기와 높은 영양가로 입맛을 돋우는데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감장아찌,땡감을 잘게 썰어 볕에 말린 뒤 떡에 넣어 먹는「감돌개」등은 먹거리로선 일품이다.
최근 일부 업체가 감식초와 감장아찌,비타민C가 과일보다 10~20배 정도 더 들어 있는 감잎차 등을 상품화하는데 성공,대도시 시장에서 좋은 평을 듣고 있다.
이밖에도 땡감을 으깨어 낸 즙으로 삼베와 어망 등에 물들여 염색 겸 방부제로 쓰기도 했고 감나무 목재는 가벼우면서도 결이고와 가구제작용으로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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