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전문기자 李殷台국장이 본 조계종분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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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빚어진 대낮 서울 한복판의 僧伽 유혈난투극은 많은 사람들을 또한번 크게 실망시켰다.
또 출가의 本分을 망각한듯한 작태는 존경스러운 스님들의 참신한 無所有 비구像을 여지없이 망가뜨리기도 했다.
따라서「닭벼슬」만도 못하다는「승려의 벼슬」에 집착한 3選 총무원장 선출 강행이나 이를 저지하려는 개혁파 승려들의 명분이 어떠하든 그 과정에서 표출된 뿌리깊은 승단 일각의 폭력풍토는 호된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僧.俗人 50여명의 중경상자를 낸 이번 폭력사태로 일그러진 승단 일각의 모습은 한마디로「간시궐」(마른 똥막대기)의 꼴이다.인간이나 간시궐이나 다같이「나무」와「사람」이라는 여여한 진리當體를 갖고있다.
그러나 스스로 갖추어 가지고 있는 훌륭한 보물인 본래의 그 진리당체를 어리석음 때문에 찾아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상상력도,가치도 없는「마른 똥막대기」로 격하되고 마는 것이다.
한국불교 승단폭력의 뿌리는 4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1954년『대처승은 사찰에서 물러가라』는 李承晩대통령의 유시로부터비롯된 淨化佛事가 바로 그 씨앗이 됐다.
한 불교사찰을 찾은 李대통령은 절안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며 빨랫줄에 기저귀를 죽 걸어 말리는 실상을 목격하고 그같은 유시를 내렸다.당시 寺庵의 실상은 麗末鮮初 승단안에서 자생적으로 일기 시작했던 승려결혼 풍습이 日帝下의 왜색불교화 를 위한 帶妻권장으로 널리 만연돼 대처.비구의 비율이 9대1로 대처승 절대 우위였다.
수행비구를 대표하는 靑潭스님을 기수로한 선방 수좌들의 정화불사는 대처승을 절에서 몰아내는데 力不足임을 보완키위해 마침내 시정의 폭력배들을 동원했다.전쟁터의 고지탈환을 방불케하는 비구.대처승간의 사찰점유를 위한 유혈난투극은 전국 사 찰에서 62년까지 거의 매일같이 계속됐고 엄청난 수의 깡패들이 양측에 의해 동원됐다.
이들 폭력배는 절에서 일당이나 월급은 물론 후한 대접까지 받았지만 本色이 잡배들인지라 사찰 경내에서의 酒色행각에도 거침이없었다.그들은 절밥을 몇달,몇년씩 먹다보니 절집안 풍속도 제법익히게됐다.
이같은 폭력배「가짜승려」들에게 일대의 전환을 가져다준 계기는1961년 5.16군사혁명이었다.혁명정부는 사회기강확립의 일환으로 깡패소탕작전을 전개,폭력배들을 잡아들여 국토개발대등으로 보냈다. 그러자 정화불사의 攻防戰에 고용돼있던 폭력배들은 선뜻머리를 깎고 僧籍을 얻어 어엿한 승려로 주저앉아 소탕의 태풍을피했다. 일시적인「피난」이 끝내「승려의 길」로 변한 적지않은 폭력배 출신 승려들은 승가 기본 교과서인『初發心自警文』도 제대로 읽지 않은채 세월따라 중견.중진스님이 돼버렸고 승단에 폭력풍토를 물들여놓아 그 遺幣가 오늘에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 이다. 여기에 6.25전쟁을 전후한 병역기피자들,굶주린 젊은이들이절이라는 聖域을 찾아들어 혼탁한 대처승 정화의 틈을 비집고 승려로 변신하기도 했다.
승단 폭력은 결과적으로 藥(대처승 정화)과 病(폭력)을 동시에 주고만 이같은 정화불사 후유증의 하나임에 다름아니다.이렇게뿌리를 내린 승단폭력은 마치 惡貨가 良貨를 구축하듯 참신한 승려들까지 계속 오염시키면서 지고한 佛道를 더럽혀 오고 있는 것이다. 靑潭스님(71년 入寂)스스로도 생전에 정화불사에서의 폭력배 동원을 후회한 일이 있다.정화불사가 남긴 또하나의 나쁜 薰習은 정치권력에 기대려는 해바리기性「어용」이다.신라.고려불교가 國敎로 국가권력의 엄청난 비호를 받았고 정화불사 역 시 같은 맥락의 일면을 보였다.폭력과 어용이라는 훈습은 오늘에도 여전히 승단 일각에 傳承돼오고 있다.
***과감한 變身절실 명분이 어떠하든 승단폭력만은 절대 추방해야겠다는게 오늘의 절실한 국민여망이다.이제「폭력승은 절을 떠나라」는 불자들의 「유시」가 내려지고 이를 실천하는 제2의 淨化佛事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정화불사에서 배태된 승단의 폭력과 무식을 지금 탓한들 무엇하겠는가.조계종 법맥의 큰 줄기인 대승불교의 禪宗 중흥조 慧能조사는『행실이 바르면 그것이 바로 道』라고 했고,南泉선사는 평상심의 초월성을 설명하는 가운데『道란 유식과 무식에 속하지 않는다』는 진리의 平等性을 분명히 강조했다.
한국불교는 이제 유혈의 폭력 악습과 어설픈 어용선수의 광대짓을 확연히 털어버리고 새롭게 태어나 드넓은 佛道를 펴는 보살행에 나서야 한다.이러한 제2의 정화불사를 위해서는 良貨로 남아있는 많은 참신한 스님들이 나서서 과감한 變身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春三月도 됐으니 江南의 매화 열매가 익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