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자동차산업 부품합작생산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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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말연등 한·일에 지원요청/“경쟁력 닦자” 외교채널 총동원
최근 아시아 각국의 「자동차외교」가 활발해지고 있다.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국·말레시아 등 아시아국가들은 외교채널을 총동원,자동차산업이 발달한 일본 및 한국에 대해 자동차부품 현지 생산을 위한 산업협력을 요청하는 움직임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8일 북경을 방문한 김영삼대통령에게 한국자동차부품 생산업체들의 중국진출을 적극 추진해주도록 요청했다. 이날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산업협력위원회」를 설치,자동차부품 합작생산 등의 분야에서 상호협력키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중국정부는 이달 중순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의 방중때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도 일본측에 일본 자동차부품 메이커들의 대중투자를 늘려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주룽지(주용기)부총리는 호소카와 총리에게 『일본기업들은 엔진을 포함한 자동차부품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의 여지가 있다』며 일본업체의 진출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말레이시아도 최근 국산차의 기술제휴 상대인 일본기업들에 대해 엔진 등에 관한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21일 미쓰비시(삼릉) 자동차의 말레이시아 현지 합작회사를 방문,『미쓰비시가 현재처럼 소극적인 기술이전을 계속할 경우,유럽 또는 다른 일본자동차 생산사와 협력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며 기술협력을 강한 어조로 요청했다.
이처럼 아시아국가들이 자동차산업을 경제외교의 새로운 지표로 삼게 된 것은 자동차 부품생산업 육성이 고용창출 및 완성차의 국제경쟁력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자국 자동차산업이 부품의 70∼80%를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현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경우,막대한 외화손실과 함께 외환시세 변동에 따른 불안정 요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부품산업의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지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어서,자국 자동차시장을 외국기업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동차입국」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을 배경으로 아시아의 개도국들은 앞으로 자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경제·외교의 중심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이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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