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관들/지자체장·의원으로 “입신”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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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방정치 내게 맡겨라”/인재 수요늘고 “깨끗한 선거”에 고무/줄줄이 사표… 사무실 차려 출마 채비/야쪽 본격행보 여쪽선 물밑움직임/“바람직한 「충원」과정”… 긍정평가
내년의 4개 지방동시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연고지에서의 출마를 선언하고 줄줄이 낙향하는가 하면 나름대로 출마채비를 서두르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부산하다.
지자체단체장 선거실시로 정치인 수요가 늘어난데다 큰 돈이 없어도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통합선거법 등장에 의원 보좌관들이 크게 고무받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경우 정치권 입문은 김영삼대통령이나 김대중씨 등 유력정치인의 비서를 하다 공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주로 보스의 후광을 등에 업은 경우가 많았다. 위로부터의 하향공천만을 학수고대한게 지금까지의 패턴이었다.
○자력진출길 모색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낙점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지방정치로 입문하는 것을 택함으로써 정치충원의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정치충원의 유형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보편적 현상이다.
장경우의원(새한국)의 보좌관 윤문원씨는 최근 사표를 내고 안산에 「21세기 안산발전연구소」라는 사무실을 냈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안산시장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윤씨는 모대학 총학생회장 출신. 지난 88년부터 최근까지 5년여 장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윤씨는 학생운동을 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의원보좌관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생각으로 장 의원을 찾았다고 한다. 『돈과 화려한 경력이 없으면 안되던 정치환경이 크게 바뀌어 참신한 시인들도 해볼만하게 된 것 같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유인태의원(민주당)의 보좌관 천호선씨는 이달초 사표를 내고 민주당 송파갑지구당(위원장 김희완)의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천씨는 지구당에서 분위기를 익히고 현장수업(?)을 쌓기 위해 보좌관직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노동운동권에도 몸담았던 천씨는 2년여전 유 의원의 보좌관으로 들어갔다. 천씨는 내무위 소속인 유 의원을 도와 일하는 동안 『경찰·보건 행정 등 지방의 정치와 행정이 국민생활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따라서 젊은 사람들이 지방자치에 많이 참여해 개혁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지구당으로 옮겨
그는 『과거에는 윗사람들의 낙점만을 기다려야 했으나 이젠 도전의 기회가 많고 자신의 뜻을 펼칠 무대도 많아져 구태여 중앙쪽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됐다』며 『지방정치에서 수업을 한뒤 그것을 발판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등 중앙무대로 진출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광옥의원(민주)의 보좌관 김희철씨도 관악구청장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아직 한 의원에게 정식으로 사표를 내지는 않았으나 나름대로 지역구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세일의원의 비서인 김학영씨도 내년의 지방선거에 서울 은평을에서 시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중앙무대 “발판”
민자당에서도 상당수 보좌관·비서 및 사무처 요원들이 내년의 지방선거 출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자당의 경우는 경직된 여당 조직의 특성상 아직까지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중에도 중앙당 사무처의 사회담당 정책부실장 이연석씨가 최근 중랑구청장의 꿈을 갖고 현지에 연구소를 차리는 등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의 정치발전에 일단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인맥과 파벌 중심의 정치를 개선할 수 있다. 또 일단 중앙의 정치를 견습한뒤 지방에서부터 착실히 정치인의 길을 걸어 중앙으로 올라가는 것도 정치인의 정상적인 충원과정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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