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대신 지역구 주민들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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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철언씨 부인 현경자씨/대구나들이 잦아졌다/“여론조사서 높은 지지” 보선출마 관심
박철언의원 부인 현경자씨가 과연 보궐선거에 나설까. 박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돼 의원직 상실과 보궐선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요즘 대구지역엔 박 의원을 대리한 현씨의 출마여부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특히 민자당은 현씨의 대구 나들이가 부쩍 늘어나면서 묘한 「치맛바람」까지 이는 조짐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대체로 현씨의 출마를 믿는 분위기다. 더구나 지방신문에서는 현씨의 출마를 전제로 여론조사까지 했고,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박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가 TK에 대한 대표적인 표적사정이라고 믿고 있는 주민정서 때문인 것 같다.
대구출신의 민자당 한 의원은 『박 의원 항소심 직후 현씨 바람이 거세게 불어 그때 선거를 했더라면 여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현씨는 박 의원 구속이후 줄곧 박 의원의 지역구(대구 수성갑) 관리를 맡아왔다.
일주일에 두번 이상 현지에 내려가 양로원을 방문하는 등 주민과 접촉하고 있다.
박 의원이 하던 것보다 훨씬 열심이라는게 주변의 설명이다. 현씨는 대구에선 주로 택시를 이용하는데 요금을 받지 않는 기사가 많다고 한다.
박 의원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은 오는 7월21일까지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법률심이어서 번복되기 어렵다.
만약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자동 상실되고,3개월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다른 한가지 가능성은 박 의원을 구속만기전에 보석으로 풀어놓고,상고심을 잔여임기가 1년 이하로 줄어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박 의원은 다음선거에 출마하지 못하지만 보궐선거는 없어진다.
이 경우에 대해 민자당 관계자들은 오히려 총선때 대구·경북지역 감정을 더 자극하게 될 것이며 더욱 기피하는 분위기다.
박 의원에게도 선택할 카드가 많은건 아니다. 박 의원이 지원하는 후보라면 일단 당선돼야 한다. 그렇다고 자신이 피선거권을 회복해 복귀할 때까지만 대리인 노릇을 할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유권자의 표를 호주머니에 넣고 있는듯한 오만함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박 의원이 보궐선거에서 아예 손을 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측근들에게 『진흙탕속에서 싸우는 정치판에 마누라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현씨의 출마여부는 박 의원의 결심에 달려있는 셈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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