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각>舊 소련 부활 꿈꾸는 러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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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모스크바에서는 舊蘇聯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를 나타내주는각종 자료들이 발표되고 있다.
舊소련 존속 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를 물었던 지난 91년3월17일의 국민투표 3주년을 전후해 발표되고 있는 이러한 조사결과들은 대부분 과거 회귀적이거나 어떠한 형태로든 독립국가연합체와는 다른 새로운 연방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 사를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벨로루시에서는 국민들의 55%이상이,크림 지역에서는 70%이상이 舊 소련을 재건해야 한다거나 러시아와의 사실상의 정치통합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주로 좌파및 중도파 인사및 단체들에 의해 발표되고 있는 이러한 여론조사들은 3년전의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의 절대다수인 70%이상이 蘇聯 유지를 결의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蘇聯을 해체한것은 불법이며 蘇聯의 해체를 초래한 3국선언(러 시아.벨로루시.우크라이나)의 주동자들인 옐친.슈스케비치.크라프추크는 모두 범죄자들이라는 논지를 펴고 있다.
이와같은 주장들은 대부분 소련 해체를 막지못한 고르바초프의 무능과 소련을 해체한 후 국력을 형편없이 약화시키고 국민들에게경제적 윤택함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현 옐친정권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밑에 깔면서 현재의 야당세력및 구시대 보수계 인사들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나 구시대 보수계 인사들을 포함한 汎보수세력이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는 일부 지역의 전쟁과 기아상태를 비롯해 러시아와 舊소련권 국가들이 모두 정치.경제적으로 혹독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모스크바에서는 지난 17일과 18일 보수파들에 의한 舊蘇聯 부활을 촉구하는 시위가 있었고 16일에는발레리 조르킨 前헌법재판소장,알렉산드르 루츠코이 前부통령등 중도좌파계 인사들과 세르게이 바브린등 민족주의 인 사,겐나디 주가노프등 공산주의계 인사들이 모두 연대한「러시아를 위한 협정」이라는 새로운 애국주의 단체가 결성돼 옐친정권의 강력한 도전세력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 최근 감옥에서 석방된 루츠코이는 이러한 분위기와 자신에 대한 지지여론에 고무돼 蘇聯의 부활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제의하고 나섰고,크림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는 27일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이 중국적 문제등을 포함한 전반적 국정지표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사회경제및 정치조사연구소와 미국의 국제 기업가정신증진연구소가 공동으로 벨로루시에서 실시한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응답자의 55%는 蘇聯의 부활을 찬성한 반면 반대는 22.3%에 불과했고 22.6%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벨로루시가 지난 91년12월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함께 蘇聯을해체하는 선언을 주동한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같은 결과는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몰도바.카자흐지역등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들에도 舊蘇聯에 대한 향수가 강하게나타나고 있고 러시아와의 통합이나 새로운 형태의 경제통합,정치체 결성등에 대한 지지율이 30~60%대에 이르 고 있다.
여기에다 잠재적 분쟁지역인 크림지역이나 러시아어 사용 인구가압도적으로 많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지역.카자흐북부 지역등은 러시아와의 유대강화,이중국적 허용,舊 소련시절과 같은 형태의 신연방체결등을 주장하는 여론이 다른 지역보다 높 은 것이 사실이며 이 때문에 러시아와의 협조를 무시한 독자적 정책 집행에 한계가 있는 것도 명백한 현실이다.
한마디로 3년전 舊 소련을 휩쓸었던 연방 해체및 이탈의 정치논리가 3년만에 경제와 정치에서 나타난 지극히 현실적인 새로운통합의 논리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최근 러시아를 휩쓸고 있는 보수적 기류와 연관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귀추 가 주목된다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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