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해법 양국입장 조율/김 대통령 중국서 뭘 논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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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팀」훈련·「패」미사일 재고요청 예상/경협은 “이심전심”… 일사천리로 풀릴듯
북한의 핵문제가 갈수록 긴박성을 더해가는 가운데 김영삼대통령의 방중이 이뤄져 가장 큰 초점은 역시 핵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28일 북경에서 개최되는 김영삼대통령과 장쩌민(강택민) 중국 당총서기겸 국가주석과의 중국 정상회담에서 중국측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일뿐 아니라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의 대북한 제재여부를 포함,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28일 1시간동안 단독회담에서 ▲북한핵 ▲북한의 정세 ▲남북한 통일문제 ▲양국 경협 ▲동북아안보 등에 관해 깊숙한 의견교환과 함께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 조율을 벌일 예정이다.
우선 양국의 최대관심사인 유엔의 대북제재와 관련,중국측은 안보리 표결에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김 대통령에게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측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은 핵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한반도 정세를 더욱 긴장상태로 몰고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기본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측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요청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대북제재 반대 대화통한 해결」이라는 입장표명과 함께 「중국식」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단지 북한을 굴복시키는 일이라면 중국은 어떤 적극적 역할도 맡지 않을 것이며,대신 북한측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해주면서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는 방안에는 중재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 중국당국의 계산이다.
때문에 중국측은 이같은 논리의 연장에서 북한이 핵사찰을 전면 수용하는 대가로 북한이 갈망하고 있는 미국과 수교를 비롯,서방측의 경제지원을 얻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특히 몰릴대로 몰려있는 북한이 주동적으로 양보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점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 핵문제의 뇌관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와 팀스피리트훈련 재개결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김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양국 정상의 의견조율이 주목되고 있다.
양국간 경협문제는 북한 핵문제와는 달리 양국간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어 별다른 쟁점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김 대통령의 방중기간중 강 주석·리펑(이붕) 총리와의 회담외에 중국경제의 사령탑인 주룽지(주용기) 부총리와 별도 면담이 준비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자동차·통신·고화질TV(HDTV)·원자력발전 등에 관해 양국이 공동개발·생산·판매한다는 양해각서를 교환할 예정이며 한중 산업협력위원회 구성을 위한 의정서를 교환한다. 또 그동안 우여곡절을 거듭해온 항공협정은 최소한 가서명 형식으로라도 일단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항공기산업은 중국측이 막판에 와서 준비부족 이유를 내세워 이번에는 제외될 예정이다.
김 대통령은 특히 이번 한중 경협을 토대로 향후 한·중·일 3국이 주축이 되는 동북아경제협력체의 창설을 적극 제시할 것이며,중국측도 화답을 해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북경=문일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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