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약 발효(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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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21세기말 쯤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섭씨 3도 가량 올라가고 이로 인해 바닷물의 수위가 지금보다 약 65㎝ 상승한다. 예방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지구에 파멸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유엔환경전문가들의 모임인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토론」이 작성한 보고서 결론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화석연료 소비추세가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 가정이다. 이같은 추정에 따라 지난 92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열린 지구정상회담에서는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고 지구의 온실효과를 가속시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00년까지 지난 90년 수준으로 감소시킬 것을 결의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의 기온대가 한대지역은 온대지역이 되고 온대지역은 열대지역으로 바뀌어 지구생태계에는 큰 변화가 오는 것은 물론 남·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안지역이 모두 물에 잠기는 대참사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화석연료 사용에 부가하는 탄소세를 비롯해 프레온가스의 사용규제 같은 직접적인 방법 이외에도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을 배출하는 흰개미의 소굴을 파괴하는 것으로부터 광합성작용에 의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수림과 조류의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또 사라져가는 이온층을 보충하기 위해 항공기로 대기권에 이온가스를 주입시키는 방법,성층권에 먼지를 살포해 태양광선을 우주공간으로 반사시키는 방법,심지어 물을 육지에 보다 많이 저장해 바다의 수위상승을 막아야 된다는 안에 이르기까지 머리를 짜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미 이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해 21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협약가입당시 우리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오는 97년까지는 적용유예 혜택을 받게 돼 있었으나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그런 특혜도 없어진다. 국제무대에서 선진국 대접을 받는 것은 우선 기분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에 상응해 불어닥칠 그린라운드의 태풍은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아무 대비책도 없이 여전히 공장은 세워지고 있고 차량의 숫자는 날마다 늘어나 홍수를 이뤄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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