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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피해 연 10조원…‘환경통행료’ 가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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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여름에도 여지없이 폭염경보와 국지적 폭우가 찾아왔다. 기상이변은 생태계에 치명적인 변화를 가져 오고, 사람의 건강과 산업생산에도 악영향을 준다. 주 원인은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증가와 대기오염이다. 주범은 단연 자동차다. 서울의 경우 전체 오염물질 배출량(38만5000t/일)의 76%가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비롯되며, 부산 등 다른 대도시 역시 75%~80%에 이른다.

‘맑은서울 시민위원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 73%가 대기오염과 교통 혼잡의 주 요인으로 과도한 개인 승용차 사용을 꼽고 있다. 가장 효율적인 승용차 이용 조절을 위해선 도심교통혼잡통행료 실시가 바람직하다. 그런데 용어를 ‘교통환경통행료 제도’로 바꿀 것을 제안해 본다. 이제는 자동차 배기가스·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생존 등 환경 문제를 교통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동차 대기 오염으로 미숙아 출산 위험이 27% 높아졌다. 어린이들의 40%가 아토피성 피부염, 32%가 알레르기성 비염, 24%가 천식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매년 수도권 조기사망자가 1만1000명에 이르고, 사회적 피해 비용이 연간 10조원에 달한다. 거의 재앙 수준이다. 매킨지 보고서도 서울의 동북아 금융허브화에 최대 걸림돌은 대기오염과 교통 혼잡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의 국제경쟁력에 치명적 요인이 된 것이다. 따라서 영국·미국·스웨덴·싱가포르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교통환경통행료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둘째로 무엇이 제대로 된 교통환경통행료 제도인가.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 시장이 대기환경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각종 자동차 통행관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버스의 천연가스 사용, 중·대형 경유 차량의 배출가스 감소 및 규제강화, 승용차 요일제 확산, 대중교통 서비스 향상을 통한 자가용 차량 통행 감소, 서울시 경유청소 차량의 천연가스차량 개조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도 서울시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정책수단으로는 현재의 심각한 환경·교통 문제를 20~30% 해소할 뿐이다. 이제는 기존 정책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전문가·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도심교통환경통행료 제도다.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영국 런던시도 도심 진입 차량에 5파운드(약 9000원)를 부과해 오염 배출 30% 감소, 교통 혼잡 30% 개선, 교통사고 최대 70% 개선이란 획기적 효과를 거두었다.

끝으로 교통환경통행료 제도와 시민의 득실을 살펴보자. 자가용은 도심을 통과할 때 교통환경통행료를 내지만 대중교통·택시 이용자는 부담이 없다. 자가용 이용 감소에 따른 환경피해 감소, 수명 연장, 혼잡비용 감소는 모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될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버스 준공영제 개혁 이후 매년 약 2000억원의 재정 적자를 보고 있다. 분석 결과 교통환경통행료 제도를 실시하면 버스 수송 분담률을 5% 이상 증가시켜 적자해소는 물론 흑자운영도 가능해진다. 세금절약과 추가 버스요금 인상도 불필요해질 것이다. 이 제도는 서둘러도 시행까지는 1년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강승필 서울대 교수·대중교통포럼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