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북한에 주유소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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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GS칼텍스(회장 허동수)가 북한 지역 전역을 대상으로 주유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S칼텍스는 최근 대북경제협력사업 전문업체인 지우다우(대표 유동호)와 주유소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S칼텍스는 개성을 시작으로 북한 전역에 주유소를 세울 계획이다.

GS칼텍스가 1차로 주유소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북한 개성공단 인근 지역. 정확하게는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사무실 맞은 편이다. 이 땅은 2만 평 규모로 지우다우가 지난 6월 8일 북측 국토환경보호성으로부터 토지이용증을 발급받았다. 따라서 주유소 설립과 관련해 남측의 승인만 받으면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우다우 측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이곳 2000평 규모의 부지에 주유소와 충전소를 짓고, 300평 규모의 관련 건물도 짓는다. 주유소 투자비는 170억원가량으로 현재 북측으로부터 주유소 사업 합의서를 받은 상태다.
두 회사는 오는 9월 말께 통일부의 사업승인을 받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주유소 영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지우다우 유동호 대표는 “공사를 서두르면, 이르면 올 연말 크리스마스 쯤에 서비스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2009년부터는 LPG 차량 충전소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 김광수 전무는 “개성공단 주유소를 (대북사업의) 파일럿 사업 개념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와 지우다우는 개성공단 주유소에서 주유·충전 외에 차량정비, 편의용품 판매점 사업 등도 할 방침이다. GS칼텍스는 현재 편의용품 사업은 조이마트, 차량정비는 오토오아시스, 자동세차는 카워시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개성공단 주유소에 판매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포스(POS)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이다. GS는 2002년부터 직영 주유소, 경정비점, 편의점 등 1500여 개 점포에서 자체 개발한 포스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개성의 경우 통신시설이 미비해 포스시스템을 즉각 가동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유소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주유소 사업장에는 북측 인력을 채용한다. 처음에는 일단 남측 2명, 북측 3명 등 총 5명으로 주유소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GS 측은 유류와 LPG 공급망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바세나르 협약 때문에, 한국이 아닌 중국 등 제3국에서 유류와 LPG를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S와 지우다우는 주유소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 상주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어서다. 현재 개성공단 상주인구는 남측 3000여 명, 북측 1만7000명 등 2만 명에 달한다. 개성공단 건설이 완료되는 2011년에는 고용인력 35만 명, 피부양 인구 15만 명 등 50만 명이 사는 거대 도시로 변모할 예정이다.

출입 인원과 차량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 통일부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에 따르면, 2005년 하루 114명, 69대의 차량이 개성공단을 출입했는데, 2006년에는 하루 203명, 101대로 늘었다. 2007년 5월에는 하루 272명, 124대로 급증했다. 2년 만에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개성공단 규모로 볼 때 1단계 개발이 완료되는 2008년에는 출입 차량이 하루 300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주유소 판매가격은 휘발유를 기준으로 ℓ당 1달러가량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남측 기름값의 반 정도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면세로 팔기 때문이다. 현재 개성공단 내 오일뱅크에서 이 가격으로 기름을 팔고 있다.

GS주유소가 문을 열 경우 남북 출입 차량의 50% 정도가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2008년 260억원, 2009년 320억원, 2010년 44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은 지우다우 유동호 대표와 올해 두 번이나 만나 직접 만나 북한 주유소 사업에 대해 협의했다. 대북 주유소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동호 대표에 따르면 “허동수 회장은 개성공단 주유소 사업은 민족화합과 대북사업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며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GS는 개성뿐 아니라 평양을 비롯, 북한 전역에 먼저 GS주유소 폴대를 꼽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GS는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고성 38선 부근에 국내 최북단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 내 GS주유소 사업은 일종의 안테나 숍이다. 향후 GS 대북사업의 전초기지인 셈이다. 지우다우 관계자는 “개성 주유소가 순항한다면, GS와 함께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사업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동호 대표는 “개성 주유소가 자리를 잡게 되면, 평양을 비롯해 함흥, 신의주 등 북한 주요 5대 도시에 GS 주유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주유소 사업을 할 경우 현금이나 바터교역을 통한 현물 결제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평양에서 기름을 팔면 유로화를 받는 식이다. 현재 평양에서는 달러보다는 유로화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공장이나 가정으로 기름을 공급해주고, 필요하면 현물로 받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마그네사이트 같은 중요한 광물을 들여오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대북 주유소 사업이 본격화하면 5대 도시 매출이 4~5년 안에 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5대 도시 주유소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북한 전역에 주유소를 세운다는 게 GS의 장기 복안이다.

유동호는 누구?

남북 경협 포털 꿈꾸는 ‘젊은 샛별’

대북 경협사업 전문업체인 지우다우의 유동호(43) 대표는 대북사업 분야에서 ‘떠오르는 샛별’로 불린다.
유동호 대표는 요즘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포털’을 꿈꾼다. 지우다우를 통해 남북이 만나 열매를 맺게 하고, 그 중간에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추진 중인 주유소 사업도 이 같은 포털 사업 중 하나다.

99년부터 남북 경협사업에 뛰어든 그는 2003년에 금강산 육로관광 사업을 성사시켜 주목 받았다. 이후 금강산에서 대규모 남북 대학생 모임 행사를 수차례 개최해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그의 실력을 나타내는 증거는 바로 ‘토지리용증(토지이용증·아래쪽 사진)’이다. 북한에서는 토지가 곧 나라의 재산이기에 토지이용증을 남측 기업인들에게 선뜻 내주지 않는다. 유동호 대표는“이 같은 토지이용증을 받은 남측 기업인은 현대 정주영 회장 이후에 내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교역을 하는 기업인은 많지만, 토지이용증을 확보한 기업인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토지이용증을 받으면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한 다음 50년간 이용할 수 있고, 다시 50년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지우다우는 현재 개성공단 바로 앞에 2만 평, 평양에 3만 평을 확보한 상태다.

지우다우는 2006년 12월 12일 평양 경공업 생산단지 조성사업 합의서를 북측 광명성총회사와 체결을 했다. 이를 통해 평양 인근 대안군의 3만 평에 대한 토지이용증을 북측 국토환경보호성에서 발급 받았다.

또 올해 6월 8일 개성공업지구와 맞붙은 2만 평에 대한 토지이용증도 받았다. 2만 평 중 2000평에 GS 주유소를 짓는 것이다.

지우다우는 나머지 1만8000평 부지에 호텔 등 위락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유스호스텔, 비즈니스호텔, 고급호텔 같은 3동의 숙박시설을 비롯해 골프연습장, 식당, 컨벤션센터, 편의점, 노래방, 피트니스룸, 사우나 시설, 야외공연장 같은 각종 시설이 들어선다. 총투자비만 1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유동호 대표는 장기적으로 개성 일대에 30만 평을 더 확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통일테마파크, 관광 및 상업도시로 개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 이름은 옛 고려의 영광을 복원한다는 뜻에서 ‘리코리아(re-corea) 프로젝트’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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