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선진화되려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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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 사회가 선진화하는데는 기술개발과 그를 통한 경제성장이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개발이 고도화되고 경제력이 축적되었다고 해도 법과 질서가 확립돼 있지 않아 그 사회구성원들이 나날을 불안과 불편·불만속에 살아간다면 그 사회를 결코 선진사회라고는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과 질서의 기초이며,공권력의 쇼윈도인 경찰의 선진화는 사회선진화를 위한 또 하나의 필수요건이다. 또 경제성장도 따지고 보면 법과 질서가 확립된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2월14일부터 17회에 걸쳐 연재한 「경찰과 시민사회」라는 시리즈는 그런 관점아래 선진국 경찰들의 실태를 살펴보고,그를 우리 경찰의 현실에 조명해 봤다.
시리즈를 끝내며 얻을 수 있었던 결론은 우리 경찰은 인권의식·근무여건 및 보수·장비·교육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과 그 경제력 격차 이상으로 크게 뒤떨어져 있으며,이같은 문제점은 획기적·파격적 개선안의 마련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도 경찰은 나름대로 개선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은 한정된 예산이란 벽에 부닥쳐 협상유지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어떤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한 아무리 경찰의 사명감과 도덕성을 외쳐도 그것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이나 일본경찰이 오로지 도덕적 각성에 의해 그 위상을 확립한 것은 아니었다. 시리즈에서 소개했듯이 영국 수도 경찰청장의 보수는 총리보다도 거의 60%가 많다. 일본경찰관은 다른 공무원에 비해 10% 정도 높은 봉급을 받는다. 단지 보수만이 아니라 근무시간·장비·교육 등 모든 면에서 사회 다른부문보다 앞섰으면 앞섰지 뒤떨어져 있지 않다.
바로 이런 여건이 영국과 일본의 경찰을 탈바꿈시켰다. 과거엔 영국과 일본의 경찰 역시 우리와 조금도 다를바 없었다.
따라서 우리 경찰의 해결책도 경찰을 다른 공무원 조직과는 다른 특수조직,경찰공무원을 다른 공무원과는 별도로 생각해야 할 특수공무원이란 시각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의 다른 조직·다른 공무원과 동일하게 형평을 맞추며 예산을 책정해서는 언제나 마찬가지다. 특별회계라도 설치해 시설·장비·기구에 과감한 예산지원을 하고,보수도 파격적으로 높여야 한다. 인력배치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민생치안을 위주로 해야 한다. 아울러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질 때 비로소 우수한 인력이 모일 것이며 사명감도 자연스레 우러나올 것이다. 정부 정책결정자도,다른부문 공무원도,일반 국민들도 이에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 이것이 시리즈를 끝내며 우리가 얻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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