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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시민사회>끝.우리경찰 선진화의 길-특별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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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李璜雨 東國大사회과학대학장 (경찰행정학) 金基洙 경찰청차장(치안정감) 劉永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과학부장 全 堉 中央日報편집부국장 ▲사회부=鄭載憲.李圭淵.權寧民.南禎鎬기자 ▲사진부=趙鎔哲.吳承桓기자 사회=中央日報의『경찰과 시민사회』시리즈가 오늘 17회로 끝을 맺었습니다.선진국 진입을 위해선 인프라 스트럭처.교육.산업경쟁력 외에 「치안서비스」,즉 경찰로 상징되는「공권력」이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기 획이었습니다.
金차장=선진국 경찰을 본격적으로 다루어 우리 경찰에 방향을 제시한 기획기사는 처음 접해봤습니다.경찰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절감하며 경찰이 대단한 각오와 노력을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李교수=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시리즈는 생명.신체.재산의안전에 관한 새로운 각성과 보다 나은 치안서비스에 대한 개념을일깨워 주었습니다.
劉부장=치안은 경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공동치안의 중요성을 지적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사실 우리 경찰은 기구한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얼굴에 생채기가 너무 많고 불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李교수=그렇죠.英國의 경찰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 존재이고 日本의 경찰은 친절과 공정의 표본입니다.美國 경찰 역시 법으로 의인화할 정도로 국민들의 신뢰가 높습니다.반면 우리 경찰은 일제 식민지때의 순사,국민을 탄압하던 자유당정권 시 절의 경찰,그후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권력의 앞잡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있죠.게다가 부정부패.인권침해 사례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으니….
金차장=우리 경찰이「국민의 경찰」로 크지 못한 것은 몹시 안타까운 점입니다.英國이나 美國등 歐美의 경찰제도는 국민의 신뢰에 뿌리를 두고 발달해 왔지요.우리 경찰이 식민지 지배.독재정권 비호등 특수목적을 위해 창설돼 경원과 불신의 대상이 된 것을 아프게 인정합니다.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과거의 고정관념에서탈피해 경찰을「우리 편」으로 인식케 하느냐가 국가적인 과제입니다. 사회=시간이 걸리겠지만 신뢰회복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지요. 李교수=경찰이 하나하나 국민편익 위주로 활동을 바꿔가야 합니다.친절하게 봉사하는 경찰로 바뀌어가는 것을 보면 국민들의 시각이 달라지겠죠.물론 경찰관의 근무여건,보수등도 먼저 개선돼야겠지요.
金차장=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믿습니다.그래서 경찰관들에게 민원인이 오면 일어나도록 교육하고 있으며,공손하고 적절한 말을 골라쓸수 있도록「말본」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劉부장=경찰뿐만 아니라 국민도 고칠게 많습니다.범법행위를 저지르고 돈을 주거나 권력층을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는 그릇된 생각은 청산돼야 합니다.그렇지 않고 경찰만 선진화되라고 요구하는것은 무리입니다.
金차장=열악한 근무상황과 인력부족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점을 호소하고 싶습니다.일선파출소에서 정상적으로 3교대 근무를실시하자면 적어도 30여명의 직원이 필요한데 현재 15명선에서운영되고 있습니다.형사들도 선진국에 비해 3분 의1 이상 많은1인당 82건의 사건을 해결해야 합니다.이같은 근거로 계산하면경찰인원은 1만1천명이 더 필요합니다.또 경찰관이 되려는 사람이 적어 우수인력을 끌어들이는데 애로가 많습니다.이런 상황에서이따금 발생하는 비리사건은 경 찰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경찰의 신뢰를 허무는 요인중 가장 보편화한 것이부패가 아닐까요.
李교수=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무엇보다 안주고 안받는다는 국민과 경찰의 가치관이 중요하겠지요.그러나 경찰관도 인간이기에 직업에 대한 보람을 가질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척 시급합니다.경찰이 정의와 진리의 상징이고 「거리의 재판관」「민중의 지팡이」가 되려면 제대로 일하게 해줘야 합니다.그간 국방.경제개발에 치중하다 보니 사회안정,즉 치안부문이 뒤로 밀려 났습니다.경찰의 처우가 대폭 향상되고 경찰이 매력있는 직업이 되게 해야 합니다.
金차장=동감입니다.다른 직종보다 월등히 낮은 보수에 열악한 근무환경을 두고 도덕적으로 잘 무장된 우수인력이 오게 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최근 취업난으로 사정이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아직 멀었지요.
사회=여건과 제도의 미비를 직시하면 일방적으로 경찰이 폄하되고 있다는 억울한 측면도 있습니다.그러나 군림하는 경찰이라든지,인권침해등은 자체적으로도 개선할수 있지 않을까요.
劉부장=진술에 의존하던 과거의 수사관행에서 탈피,철저히 증거에 입각한 과학수사를 편다면 인권침해는 사라지리라 봅니다.
李교수=경찰서 민원실을 은행에 온 것처럼 산뜻하게 꾸미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폐쇄적인 느낌을 주는 경찰서를 개방된 분위기로 개조하자는 것이지요.밖에서 방안이 훤히 보이는 조사실에서 피의자 신문이 이뤄진다면 인권침해 사례는 훨씬 줄 어들 것입니다.또 민원인이 자주 이용하는 부서를 경찰서 정문 옆에 배치,입구에서부터 검사받는 불편을 없애는등 당장 권위적인 냄새를 풍기지 않는 노력을 했으면 해요.
金차장=일리있는 지적입니다만 경찰서는 특성상 보안의 필요성이있습니다.
그러나 인권침해나 고문을 하면 해당 경찰관은 물론 상관들까지줄초상이 납니다.간혹 조사과정에서 잠을 안재워 고문시비가 있는데 이는 48시간 이내에 기소여부를 결정해야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면도 있습니다.
사회=과학수사를 정착시키려면 무엇이 시급한가요.
劉부장=日本처럼 범행현장에 수사관과 감식전문가가 함께 출동하는 시스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욕심 같아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분소를 각 도에 하나씩 설치하는 것도 좋겠지만 전국에 권역별로 5개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최 신 과학수사기법인 유전자감식과 관련해「유전자뱅크」설립을 추진중입니다.
金차장=과학수사는 예산문제로 귀결됩니다.과학장비가 부족한 것도 더듬어보면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죠.과학수사 연구만을 전담할 「경찰과학원」 설립을 추진해야 합니다.
國科搜는 증거 분석에 급급해 별도의 연구팀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기획원에서 번번이 거부되고 있습니다.
劉부장=감식분야에선 최신장비가 형편없이 부족합니다.예컨대 미량의 물질을 분석해 내는 질량측정기나 전자현미경등이 아쉽습니다.문제는 이런 기계가 없으면 감정결과가 무시당하고 만다는 겁니다. 사회=어렵긴 하지만 우수인력을 좀더 많이 확보하는 방안이없을까요.
李교수=우리 경찰은 경찰대학이나 간부후보생 모집등 간부채용에있어서 비교적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반면 실지로 국민과 접촉하며 일선에서 뛰는 비간부직 채용은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나 생각됩니다.日本의 경우 순경의 4 0%이상이 대학졸업자입니다.우리도 좀더 나은 인력을 모집하기 위해 순경채용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金차장=홍보활동을 펴고 있습니다만 여의치 않은 형편입니다.수사요원을 간부화한다는 목표 아래 우수한 경찰대 출신을 수사부서에 배치하려 노력하지만 수사권문제등 여러가지 여건미비로 지원자가 적습니다.
사회=우리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른 국제화와 관련해 경찰은 어떤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金차장=시장개방으로 인적.물적 요소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범죄 역시 국제화됐습니다.자연히 경찰의 국제화도 필연적인 과제로 떠올랐지요.
외사요원의 자질과 외국어 능력이 형편없는 수준이어서 걱정입니다.늦기는 했습니다만 경 찰관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면 경찰도 변할 것입니다.
[정리=南禎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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