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재배 일 유기농법(우리 환경을 살리자:18)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땅·농촌·국민건강 살리는 “3생농업”/쌀·채소 폭발적 인기… 가격 배받아
일본 동경근처 사이타마(기옥)현의 젊은 농업후계자 기네코(김자·32)씨는 유기농법을 통한 「계약영농」의 선구자다.
논에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비료도 화학비료 대신 퇴비 등 유기비료만 사용해 완전한 무공해 쌀을 생산하는 것이다.
물론 토양의 환경보전은 이같은 영농의 또다른 열매다.
문제는 유기농법의 기업영농으로는 불가능하고 노동집약적인데 따른 소출감소와 판매망.
그러나 최근 환경보전과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무공해 쌀은 오히려 폭발적인 인기속에 고가로 팔리고 있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만큼 일반시장이 아닌 수요가와의 사전계약을 통해 공급하기 때문에 유통마진을 절약하는 이점이 있다.
지난해 이같은 무공해 쌀계약 영농으로 올린 수익은 14개 가구에 대략 3천만∼4천만엔.
수요가 갈수록 늘면서 자연히 계약단가도 높아져 굳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갈수록 오염되고 있는 땅을 살리고,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쌀시장 개방으로 위기에 처한 농민도 살리며,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보장한다』는 이른바 3생 농업이란 설명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유기농법이 오히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일본의 농업은 쌀의 경우 60년을 1백으로 한 생산지수가 85년,93,90년 84,91년 77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농업인구·농지의 감소와 함께 토양오염의 심화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농약과 화학비료에 따른 토양오염으로 고통을 호소한 진정사건이 91년 한해 2백8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동경 근교에서 채소를 시설재배하는 사사키(좌좌목등부·37)씨도 최근 무공해 수경재배를 통해 청채란 상표로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
사사키씨는 『비료는 유기질 비료만 쓰고 있으며 재배과정에서 유기물질에 오염된 물은 일부 정화해 다시 재이용,비용도 절감된다』고 말했다. 이 청채는 일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채소의 두배에 팔리고 있다.
이같은 무공해 영농은 소비자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쌀시장 개방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일본 소비자연맹의 논리는 쌀시장 개방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국민건강을 해친다는 것.
쌀시장이 개방되면 가격경쟁력에서 뒤지는 농가들이 영농을 포기하면서 논밭이 황폐화돼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기업농이 출현하면서 자연히 소출증대를 위한 농약·화학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토양오염이 가속화되며,따라서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이타이이타이병 등 토양환경 파괴에 따른 피해를 극심하게 겪은 터여서 농업과 환경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
소비자연맹은 이의 대안으로 가네코씨와 같은 형태의 「가족농업」을 제시,소비자를 상대로 유기농법을 이용한 쌀 구매운동을 펴고 있다.
연맹의 쌀담당인 이노우에(정상·47)씨는 『유기농법을 통한 가족단위 영농은 토양오염을 줄이게 되고,가격경쟁 대신 품질경쟁을 통해 국내 쌀시장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맹측은 가족영농을 지키고 식료품의 안전을 위해 이달중 기업영농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식량기본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처럼 「환경을 고려한 영농」이 각광받자 산업폐기물을 이용한 유기비료의 생산·보급업도 증가하고 있다.
커피원두 가공업체 유니카페의 오다케(대무호행)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원두찌꺼기를 이용한 유기비료가 대표적인 예.(중앙일보 2월27일자 1면 보도)
여기에 전국 2만여곳을 헤아리는 양조장에서는 발효과정에서 발생되는 찌꺼기를 비료로 공급하고 있고 양계장의 축산폐기물은 정제과정을 거쳐 포장비료화되고 있다.
결국 유기농법은 쌀시장 개방의 무한경쟁 속에서 농민을 살리는 것일뿐 아니라 소중한 환경도 보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박종권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